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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Nov 01. 2020

꿈에서도 글을 쓰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꿈을 꿨다.

꿈에서 A4용지처럼 하얀 백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하얀 백지에 글자가 하나씩 보이더니 내가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의 원고들이 타이핑 되듯 쓰여졌다.

한참을 소설의 원고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소설의 원고를 수정하듯 원고의 내용들이 지워졌다가 새롭게 수정돼서 쓰여졌다.

더 멋진 문장으로, 훨씬 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신기하게도 꿈에서 누가 수정을 해주는 건지, 타이핑하는 손 조차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백지와 글자뿐.


한참을 눈앞에 펼쳐진 수정된 소설의 원고를 읽는데,

마치 누군가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야 알려주는 것처럼 잘 다듬어졌다.

형편없던 내 원고가 훨씬 재밌고 감동적 소설로 새롭게 탄생했다.


늦잠을 자고 잠에서 깼다.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꿈에서 봤던 원고의 내용들을 노트에 적으려 했지만,

아무리 기억을 짜내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그림처럼 글자의 형태가 짧게 스쳐갈 뿐,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아... 젠장!

아쉬운 마음에 짜증을 내며 노트를 덮고 일어나는데 옆에서 함께 자던 동생이 물었다.


"언니 좋은 꿈 꿨어요?"
"왜?"
"잠깐 화장실 가려고 깼었는데 언니가 자면서 웃고 있었어요."
"?"

내가 웃고 있었다니.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행동이다.

그저 꿈에서 내가 쓰는 소설의 원고가 수정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뿐인데.

웃고 있었구나.

얼떨떨한 표정으로 생각하는데 동생이 말을 덧붙였다.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


내가? 내가 행복했어?

의아했다.

사실 나는 요즘 글 쓰는 게 무섭다.

글을 쓰는 게 막막하고, 내가 쓴 글을 보며 자괴감이 들었다.

다시 인생을 리셋하고 싶을 정도로.

다시 인생을 돌린다면 절대 작가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다니.


내가 모르는 깊은 내면에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나 보다.

너도 언젠가 괜찮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쓰라고.

내가 나를 다독여주고 싶었나 보다.

신기한 꿈을 꾸고 조금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슬프다.


나에게도 행복한 날이 올까.

좋은 글을 쓰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은 포기하지 말고 써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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