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짓만으로도 충분해
- 김혜남 저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 중
3장 : 날지 못한다 해도 날개 짓은 멈추면 안돼
세 번째 이야기 - 인간관계 정리
2015년 봄. 별 생각 없이 받은 건강검진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들었습니다.
급하게 종합병원으로 가서 재검사를 받았고, 수술을 해야 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암인지 아닌지는 수술을 해봐야 안다고 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하필...나에게.. 왜 하필 내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 핸드폰을 들었으나 이내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병원 로비에서 한참을 울다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을 나왔습니다.
다행히 수술도 잘 끝났고 결과도 암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술 전부터 수술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여 남짓 나는 지옥을 사는듯했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인생을 다시 돌아봤고 인간관계가 정리되었습니다.
수술을 하기 전 인간관계 정리는 진짜 친했던 사람과 친한척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고 난 후 인간관계 정리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앞으로 내 곁에 있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희생을 감수하고 기꺼이 나를 위해 내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비록 이때에 다른 일로 바빴거나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곁에 있어주지 못했지만 앞으로 내 곁에 있을 사람
내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내 사람이었다가 등 돌릴 수도 있고, 여전히 내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관계 역시 인연처럼 그저 타이밍,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차이일 뿐입니다.
수술이 내게 준 값진 깨달음은 삶과 사람 모두가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라는 것.
내 곁에 있는 사람 내 곁에 있을 사람 모두에게 나 역시 그런 소중한 사람이 되자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수술실을 들어가는 순간 오직 살아야겠다 이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회복실로 돌아와서도 오직 살아야겠다 이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서 오늘을 보내고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