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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Sep 28. 2015

사랑이다. or 사랑이 아니다.  (1장 2편)

짝꿍과 사이좋게 지내기

1장 사랑일지도 아닐지도 모를 이야기들

두 번째 연애 이야기 - 나를 더 많이 사랑해줬던 S

S는 소개팅으로 만난 저보다 세 살이 많은 오빠입니다.

어린 나이에 일찍 사업을 시작해서 가게를 3개나 가지고 있는 사장님이지요.

한 개도 아니고 세 개나 가게를 운영하려니 S는 잠잘 시간도 없이 늘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에게 누구보다 잘 챙겨주고 제 말이라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달려옵니다.

매일매일 퇴근길에 회사로 데리러 와서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은 기본이고, 친구들과 놀다가도 집에 갈 때면 늘 S가 바래다줍니다.     


하루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짓궂은 친구 녀석이 자꾸 S를 부르라는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전화를 했고 그 사람은 당장에 달려왔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쎈 성격에 입이 거친 친구들만 모인 자리여서 그날 S는 가게에서 봤던 진상 손님들을 상대하는 것만큼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분위기 망치지 않으려고 자기 딴에는 재미없는 썰렁한 개그에 마술까지 보여주며 엄청 노력을 하더군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남자친구의 그런 정성 가득 노력이 제 눈에는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짜증이 나니 말이죠. 저 스스로에게도 놀랐습니다. ‘나 왜 이러지? 저렇게 착한 사람에게.. 나 참 나쁜 인간이네.’     


그 뒤로도 S는 늘 제게 지극 정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제 마음은 더 빠르게 식어 갔습니다.

딱히 다른 누군가가 좋아져서도 아닙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그가 하는 착한 행동들이 착한 배려가 어느새 일상처럼 무뎌졌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S도 모를 리가 없죠.

어느 날 그가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처음 보는 심각한 모습의 S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난 너에게 뭐냐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물어보는 S 때문이 아닙니다. 대답을 못하는 저 때문입니다.

제가 말을 못하고 있자 S가 계속 말을 했습니다.

“내가 너를 집까지 바래다줄 때 변하지 않는 너의 행동이 있는데 혹시 아니? 마치 택시에서 내리는 것처럼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넌 고마워 잘 가 라며 내리고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가.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말이야.”     


순간 마음속에 뭔가 쿵!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저는 단 한 번도 그가 차를 돌리고 가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조차 몰랐던 나의 이기적인 행동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놓아줘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오빠 나는 내가 더 이상 오빠를 만나면 안 될 것 같아.

오빠의 잘못 절대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이 좋아져서도 아니야.

그냥 우린 맞지 않는 것 같아. 내가 나도 모르게 오빠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여기서 그만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아. “     


S는 아니라고 자기가 더 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실히 여기까지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노력으로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에게 너무 미안했고 나도 몰랐던 내 이기적인 행동에 스스로 자책하기도 싫었습니다.     

결국 그와 나는 그날 헤어졌습니다.     


결혼한 친구들은 가끔 제게 말합니다.

너를 더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야 편하다고

그때 S를 그렇게 놓아주는 게 아니라고

너도 어서 정신 차려서 남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결혼을 하라고..     


글쎄요.. 남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결혼을 하면 반드시 행복한가요?...

저도 이젠 나이가 제법 쏠쏠하니 있어서 주변에 돌싱들이 좀 있습니다.

그들 얘기를 들어보면 남자가 더 많이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결혼 전에는 별도 달도 다 따줄 것 같이 하더니 결혼해서 싹 바뀌는 남자가 더 배신감이 든다고 하더군요.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까지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저는 생각합니다.


S는 그의 진실된 사랑을 알아주는 좋은 사람을 만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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