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과 사이좋게 지내기
그래도 앞서 소개된 남자들은 좋은 추억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지만 이번에 얘기할 이 남자는 참으로 뻔뻔하고 찌질한 남자입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P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한 달 정도 만나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계속 매달리고 심지어 협박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더 그를 만나지 않고 피했습니다.
며칠 잠잠하더니 뜬금없이 주선자가 그가 쓴 편지를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일단 주선자의 입장도 있으니 편지를 읽어봤습니다.
구구절절한 편지에는 그가 백혈병에 걸렸고, 자기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딱 한 달만 자기를 다시 만나 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이죠.
그의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인해 오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P는 편지에 “우리 가족에게 두 번의 기적은 없을 것 같아.”라고 맺음말을 적었습니다.
마지막 저 말에 저는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설마 아픈 어머니까지 팔면서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하고 말이죠.
다시 만났을 때 그래도 백혈병이고 많이 아픈 사람에게 독하게 하진 못하고 제 나름 많이 신경 써줬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서 주고 한약도 지어서 줬습니다.
그런데 백혈병이면 입원을 해야 될 텐데 P는 입원을 하지 않는 겁니다.
P의 변명은 통원치료를 하며 약물 치료를 하고 있어서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너 만약 그 말이 거짓말이면 넌 평생 벌 받으며 살아갈 거야. 아픈 엄마까지 팔아먹은 천하의 나쁜 놈이 아니길 바란다.”
저의 이 일침에 양심이라도 있으면 거기서 그만뒀어야 할 텐데 말이죠.
P는 그 뒤로도 저에게 소원이라며 영화 보러 가자고 하고 이거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으니 사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점점 때깔이 고와지고 머리도 덥수룩하게 자라는 P
약속한 한 달이 되었고 저는 이제 그만 만나자 했습니다. 너한테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자 P는 다시 울먹이며 아픈 나에게 어떻게 이렇게 냉정하냐고 조금만 더 만나 달라고 애원하는 겁니다.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느낌이 오죠.
“내가 아는 사람이 서울대병원 의사니까 같이 가자. 같이 가서 백혈병인데 이렇게 잘 싸돌아 다닐 수가 있는지 검사 다시 받아보자. 만약 거짓말이면 넌 진짜 내 손에 죽어.”
그는 왜 사람 말을 못 믿냐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저는 그 뒤로 핸드폰 번호를 바꿨고 이사를 했습니다.
주선자와도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 뻔뻔한 남자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믿기지 않는 시트콤 같은 얘기지만 P는 6개월 정도 지나서 나이트클럽에서 저와 딱 마주쳤습니다.
아주 살이 토실토실 찌고 건강해져서 말이죠.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다니더군요.
뻥쟁이 P야.. 그렇게 아픈 어머니까지 팔며 거짓말하면 못 쓰는 거야. 지금은 좀 사람 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