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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Sep 28. 2015

사랑이다. or 사랑이 아니다.  (1장 6편)

짝꿍과 사이좋게 지내기

1장 사랑일지도 아닐지도 모를 이야기들

여섯 번째 연애 이야기 - 지금도 속을 모르는 C

헤어디자이너 C는 친목모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라 처음 보자마자 편해졌고 대화도 너무 잘 통해 우린 금방 친해졌습니다.

C는 귀엽게 생긴 얼굴만큼이나 애교가 정말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C의 애교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나오게 됩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C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C도 착하고 귀여운 제 모습이 좋다고 합니다.

우린 석 달 정도 친구로 만나다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고 얼마 되지 않아 C는 고향인 목포로 이사를 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어쩌다 보니 C가 가장 노릇을 하게 된 것이죠.

생각지도 않게 둘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고 불편한 것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우린 서울과 목포를 번갈아가며 변함없는 사랑을 했습니다.     


제가 이사를 하던 날은 C가 목포에서 서울까지 와서 이사 짐을 모두 날라줬습니다.

이사 짐 센터 아저씨가 트럭에서 내려주면 C가 집으로 들고 가는 거죠.

다른 도와줄 사람들을 불렀지만 C는 내 사람 짐에 다른 사람 손길이 닿는 게 싫다고 오직 내 손길만 닿게 하겠다며 기어코 혼자 그 짐들을 다 옮겼습니다.   

  

C에게 가장 감동받았던 일화가 있습니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던 때라 매일 야근에 휴일도 없이 일하고 월급도 받지 못할 때였습니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방송 하나는 꼭 내보내리라 다짐하며 힘들게 참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C는 늘 안쓰럽게 생각했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라 믿어주고 응원해줬습니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정성 들여 촬영했던 생쥐 실험이 사기꾼으로 인해 촬영 취소가 되었습니다. 몇 달을 얼마나 힘들게 촬영했는데.. 막막하고  그동안 버티고 있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무작정 목포로 내려갔습니다.


마중을 나온 C는 눈이 팅팅 부어 있는 저를 보자마자 따뜻하게 안아줬습니다.

토닥토닥 너무 고생했다고.. 괜찮다고..

그리곤 목포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며 고기 집을 데리고 가선 맛있는 고기도 사주고,

바다가 보이는 등대를 드라이브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기분이 좀 풀리자 C가 제 손을 꼭 잡고는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네가 힘든 모습은 정말 보기 싫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는 것은 더 더욱 보기 싫어. 지금 얼마나 마음이 무너질지 알지만 너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히 처리하고 당당하게 그만뒀음 좋겠어. 그게 내가 사랑하는 너의 멋진 모습이야. 너는 반드시 해낼 수 있어.


C의 응원과 힐링 덕분에 저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다른 생쥐 실험으로 교체했고 당당히 제 이름으로 방송이 나갔습니다.

그때 C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방송 한번 해보지 못하고 수많은 고생한 시간들을 날려버려야 했겠죠.     


그렇게 착하고 좋았던 C와 헤어진 이유는..

사실 지금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생각 차이 또는 성격 차이 때문입니다.     


C는 평소에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하루 일과를 공유합니다.

심지어 변비가 오늘 해결됐다는 둥, 길을 가다가 넘어졌는데 피가 났다는 둥..

정말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다 보고를 합니다.


어느 날은 헤어숍에 오는 단골 손님인 술집 마담이 자기에게 사귀자고 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여자친구 있다고 얘기해도 괜찮다고 세컨으로 만나자고  했다는군요.     


C의 저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저라고 들이대는 남자가 없겠습니까.

그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 걱정시키지 말자 제 스스로 방어하고 말을 안 했을 뿐입니다.     

누가 옳다 아니다 말할 수 없지만 확실히 성격 차이인지 생각 차이인지 우리는 달랐습니다.


결정적으로 C와 헤어지게 된 사건이 생깁니다.

같이 일하는 헤어디자이너가 자기에게 요즘 들이대고 있다며.. 근데 자기도 흔들린다고 얘길 하더군요.     

저는 저 얘기가 이별의 통보라고 생각했습니다.

흔들린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만약 제가 저런 상황이라면 둘 중 한 명을 선택하고 한 명에겐 솔직히 말하며 이별을 했겠죠.   

  

하지만 C의 얘기는 잡아 달라는 것이랍니다.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으니 네가 잡아 달라는 것입니다.

왕복 7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데 매일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흔들리는 그를 제가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저는 깨끗하게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흔들리고 있는 마음을 알았기에 그를 보지 못하는 순간들마다 의심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옆에서 많이 사랑해 줄 그녀에게 흔들리지 말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는 제 얘기를 듣고 몹시 화를 냈습니다.

자기 혼자만  그동안 사랑했던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지금도 그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각의 차이인가요? 성격의 차이인가요?

아니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요?

도통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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