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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Jan 07. 2016

하늘로 보내는 편지

오빠에게

내가 아직도 부르면 눈물부터 나는 사람. 우리 오빠.


무슨 말을 해야 될까….

너무 미안해서 차마 미안하다는 말도 못 하겠다.

오빠와 함께 산 시간보다 오빠를 하늘로 보내고 살아온 시간이 더 긴데,

이제 긴 세월만큼 슬픔도 조금 무뎌질 만도 한데,

난 여전히 오빠를 생각하면 금방 눈물이 쏟아진다.

오빠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한순간에 이별할 줄 몰랐어.
그땐 오빠가 건강해져서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하지 못했던 이별.
어린 나이 하루아침에 맞은  날벼락같은 이별.


처음엔 실감이 안 나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
다 거짓말이라고..
누가 이런 못된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는 거냐고..
믿기지도 않았고 절대 믿고 싶지도 않았어.


영안실에 있는 오빠의 사진을 보고서야 주저앉아 울었지.
‘이게 뭐냐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어떻게... 왜 하필.. 우리 오빠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데 오빠 이제 무덤에 묻을 거니 마지막으로 와서 보라는 친척분 말씀에 그제야 눈물이 펑펑 나더라.
이제 정말 이 생에서 보는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더라.


그리고 불과 며칠 전 오빠와 했던 마지막 전화 통화가 생각났어.
뜬금없이 갑자기 오빠가
“오빠 많이 사랑하니?”라고 물었잖아.
그때 그게 마지막 통화인 줄 알았다면 누구보다 많이 사랑한다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줄 걸..
막 크게 소리쳐서 말해줄 걸.
오빠가 잊지 않게 크게 크게 말해줄 걸.


그게 마지막 오빠와의 통화인 줄 알았더라면,
“오빠는 우리 동생들 너무 사랑해. 우리 누나도 사랑하고 엄마, 아빠 다 너무 사랑해. 우리 가족들도 다 나 사랑하지?”
절절하게 물어보는 오빠에게 나 지금 숙제하느라 바쁘다고, 내일 통화하자고 짜증내며 끊어버리지 않았을 거야.
절대로.


그러면 그날 오빠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슬펐는지.. 그때 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나 자신을 원망하며 끝까지 사랑한다 말 못해준 게 이렇게 평생 살면서 한이 되진 않았을 텐데..


이제라도 나 용서해줘 오빠.
살면서 늘 외로웠던 오빠에게 따뜻하게 잘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아픈 오빠 부끄러워했던 것도 미안해.
철없고 이기적인 동생.. 부디 용서해줘 오빠.


동생들 학교 끝날 시간 되면 먼 버스정류장까지 와서 책가방 들어주던 자상한 오빠.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무서움도 다 이겨내는 용감한 오빠.
남들이 다 내게 손가락질해도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 살고 싶었다는 오빠.
내 오빠로 태어나 줘서 고맙고 내 오빠로 살아줘서 고마워.


우리 다음 생애에 또 만나자.
그때는 오래오래 다 함께 행복하게 살자.
이렇게 그리워하며 마음 한쪽이 텅 비어버리게 살지 말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아픈 사람 하지 말고
오래도록 사랑 많이 하면서 재밌게 살자.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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