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22
오늘은 J가 호주로 돌아가기 전날로 마지막 발리의 밤은 울루와투 사원과 께짝 댄스를 보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각자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 울루와투로 이동했다.
오토바이는 내가 운전할 때도 재미있지만 지금처럼 뒤에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이분들은 배테랑 운전사들 답게 요리조리 차를 피하며 운전하는 것이 나름 스릴이 있다.
역시 오토바이는 사랑입니다.
높은 절벽에 위치한 울루와투 사원은 아무 곳으로 눈을 돌려도 절경인 풍경이 이어진다. 특히나 이곳은 석양으로도 매우 유명한데 붉게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절벽 끝에 위치한 사원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그런 격한 감동을 잠시 접어두고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석양을 배경으로 서로의 사진을 수십 장 찍어준 우리는 께짝 댄스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아직 공연 시간이 30분 넘게 남아 있었지만 입구 주변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우리도 그들 틈을 비집고 들어섰는데 안내 요원 하나 없는 이곳은 아수라장 그 차체.
활활 타오르는 횃불 기름 냄새와 밀집되어 있는 인원 탓에 숨쉬기가 벅찼는데 우리 옆에선 커플 중 여자분이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주위 사람들이 여자분 주위로 둥글게 공간을 만들고 남자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화단 턱에 앉아 휴식을 취한 그분은 다행히 얼마 안 있어 괜찮아진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는데 안전 요원 하나 없다니.
돈 벌어서 다 어디다 써버리는 걸까.
하긴, 한국도 이제 다른 나라 안전불감증 탓할 처지는 아니지…
착잡한 기분을 느끼며 30분가량의 무질서한 기다림이 끝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께짝 댄스 공연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붉은 석양이 모습을 감추고 사위가 깜깜해진 시간, 웃통을 벗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께짝 께짝 소리를 내며 공연장에 입장했다. 중앙을 보고 둥글게 앉아 몸을 들썩 거리며 원숭이를 연기하는 무용수들이 발리의 오래된 이야기의 서막을 열었다.
사실 나는 이 공연이 두 번째 관람이었다.
J가 이전 발리 여행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내가 추천해 공연을 보러 온 참이었다. 께짝 댄스는 수준 높은 공연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발리를 방문한다면 한 번은 볼 만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발리, 그들의 염원이 담긴 사원에서 그들의 전통춤을 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경험이니까 말이다.
좀 더 관리를 한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J에게도 나름 의미 있는 발리의 마지막 밤이 되길 바라며 원숭이 사람들 사이로 등장하는 라마 왕자와 시타 공주를 바라보았다. 6년 전 기억과 같은 모습에 지금도 여전히 같은 사람들이 연기를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니 내일부터 나와 일주일간 여행을 하게 될 나의 배우자, H가 도착했다. 격하게 H를 환영하며 발리의 밤을 즐기고 싶었으나 딸랑 숙소 하나만 있는 산속에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 겨우 하나 남은 빈땅을 대접하며 조촐하게나마 환영의 밤을 보내본다.
계속 말하지만 숙소 주변를 꼭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