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4
오늘은 숙소 근처 유명하다는 플리마켓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마켓은 여느 동남아 시장과 다를 바 없는 제품들만 즐비했다.
코끼리 셔츠, 코끼리 바지, 두꺼비 악기, 다른 점이라면 빈땅 티셔츠 정도일까?
어째서 나라가 다른데 다들 같은 제품만 판매하는 건지… 코끼리 없었으면 다들 어쩔뻔했담.
어쨌든 우리는 별 소득 없이 마켓 안쪽에 위치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자책과 구글 지도를 확인하고 선택한 이곳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여럿 보였는데 안내를 하는 종업원은 한국인을 죄 한 라인으로 몰아 앉혔다. 2인석에 자리한 우리의 양 옆 모두 한국인, 그 옆도 한국인, 그 옆옆도 한국인.
선생님. 한국인은 외국에서는 서로 모른 척하고 싶어 해요…
한국인 특성을 알려 주고 싶었지만 얌전히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우리 테이블 옆에는 젊은 커플과 대화를 나누시던 중년 부부가 앉아 있었는데 커플이 자리를 뜨자 곧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일부러 다른 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는데 이내 인사를 해오신다. K국 유교걸로서 어찌 어른의 인사를 무시할 수 있으랴. 사회성 미소를 달고 덩달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들이었다. 부부는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고 발리로 넘어온 참이라고 했는데 발리에서는 한 달간 여행을 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은퇴 후 1년에 2~3달씩 여행을 다닌다는 부부는 으레 그 나이대가 할법한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을 하신다고 했다. 와이프 분이 계획을 하고 자신은 따라다니기만 한다며 허허 웃으시는 모습에 부러 시선을 돌렸던 것이 죄송해진다.
호주에 사는 J와 한국에 사는 내가 1년에 한 번 다른 나라에서 만나 여행을 한다는 말에 부부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아주 소중한 인연이라는 말을 건네신다. 갑자기 맞은편에 앉아있는 J가 급 소중하게 느껴졌다.
고마워. 친구야.
두 분과는 우리가 멕시코 식당 야외에서 타코를 먹고 있을 때 우연히 다시 마주쳤는데 처음과 달리 반가운 마음에 내가 먼저 알은채하며 인사를 건넸다. 따나롯 사원 투어 후 늦은 저녁을 해결하려고 나왔다는 말에 우리가 갔던 식당을 추천해 드리며 그렇게 발리에서 만난 짧은 인연을 마무리했다.
내가 그 부부에게서 일부러 시선을 돌렸던건 그들의 나이대에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아마 나는 지루한 대화와 예의 없고 무례한 단어들이 튀어나올 것이라 지레 짐작했었던 것 같다. 우습게도 한국에서는 내가 그들에게 틀에 박힌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 매번 요구했으면서 정작 나 또한 그들에게 틀에 박힌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준 부부덕에 나의 좁은 시야를 조금 더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들 나이가 되었을 때도 여전히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붓으로 항하는 그들의 남은 여행도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바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