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뒤셀도르퍼 Nov 23. 2015

선입견의 안경을 벗고

(Feat. 아름다움은 맨 눈으로만 볼 수 있다)

"이탈리아가 정말 위험한 곳이야"

"가만히 있어도  사기당할 수 있대"

"내 친구의 친구는 말이야.....


휴대폰과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대충 쓱 넣고 다녀도 안전했던 크로아티아.

누가 봐도 거지꼴로 다녔던 영국을 거치고 이탈리아 행을 결정하기 전

흔하게 들었던 말이다. 


"여자 혼자서 뭐하러 거길 가"

"정말 조심해야 하는 곳이야"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로 향하겠다 말했을 때의 반응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탈리아 남부로 향했다. 

물론 약간의 겁은 났으니까. 

런던 민박에서 친해진 언니와 함께, 당일치기 투어를 신청한 무리와 함께.


한국의 경부고속도로와 똑 닮은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한 남부에서

내 눈에 덧씌워진 선입견의 안경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것을 가리고 있었는지 알았다.


비록 관광지가 돼버린 탓에 뭐 하나도 쉬이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유로이 혼자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쾌한 남부 사람들과 잠시 시간을 보내며

아주 오랫동안 후회했다.


런던 이후 겁이 많아졌던 나는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투명한 안경에 한 겹 두 겹

사람들이 만든 선입견을 입혔다.


친구의 친구, 친구의 동생 혹은 아는 어떤 사람 이야기를

내 것이라 착각하고 나 역시 선입견의 필름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두려움은 그렇게 재생산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그 차례가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


색과 색이 겹쳐, 이제는 어떤 색의 선입견이었는지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포지타노의 풍경을 만났다.

눈부시게 비치는 햇살에 선입견의 안경을 벗었다. 

그제야 그곳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인의 두려움은 내 것이 아니었다.

타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16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길.

모두가 지쳐 잠들 때 버스에서는 영화  <Welcome to the South>가 상영되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이방인들은 두 번 운다. 
오기 전엔 오고 싶지 않아서, 떠날 땐 떠나고 싶지 않아서.."

-Welcome to the South 중-


포지타노에서 만난 한 커플의 결혼식. 모두가 유쾌하고 따듯했다.


작가의 이전글 잃었을 때 얻은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