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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Dec 20. 2015

이별은 언제나 찾아온다

(Feat. 굿바이, 두브로브니크)

만남과 이별, 우리는 그 사이에 항상 머물지 못한다.

'서른즈음에'라는 노래 속 가사처럼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그토록 떠나고 싶던 두브로브니크와의 이별도

그토록 당연하게 다가왔다.


숨을 쉬듯 당연했던 여행객들의 카메라 소리, 흥겨운 음악 연주와

끊이지 않는 가이드의 이야기, 호객하는 현지인의 서툰 영어.


떠나기 3일 전, 그제서야 나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옴을 느꼈다.

그리고 그저 미워하기만 했던 이 도시를 돌아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미운 정.

참 오묘한 단어다.

일정한 시간을 함께하며 생기는 나쁜 감정이 어느 순간 '정'이 되고

밉지만 그리운 관계 혹은 인연이 되는 것이기 때문.

얄궂은 감정이지만 시간의 위력을 느끼기도 한다.


한 없이 느리고 끊기는 인터넷.

여기에 익숙해져 책 읽는 시간이 더 많았던 나였고

사랑해 마지 않는 패스트푸드점이 전무했던 이곳에서

나는 이 도시만의 음식으로 살아갔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곳이지만

다른 의미의 소중한 사람들을 얻은 도시.


이별의 문턱에 서서

걷고 달리고 무릎을 꿇었던 길을 하나씩 밟아나갔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날 밤.

작은 골목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듣고, 그 밤의 거리를 카메라에 담고

남은 담배를 털면서 이곳의 공기를 기억 속에 남기려 부던히 애썼다.


이 순간은 오직 이 순간 뿐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되는 슬픔.


그날, 어김없이 깊은 밤이 찾아왔고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나

이별의 순간은 늘 그렇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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