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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Jan 24. 2016

베를린, 집, 성공적

(Feat. 3개월만 제발)

'어학원만 찾으면 집은 금방 구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도착한 베를린.

하지만 집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넘쳐나고, 방은 부족한 수도 베를린.

덕분에 2주 동안 호스텔 생활을 하며 집을 구했다.


발품을 팔기엔 범위가 너무 넓어 온라인으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이트는 WG-Suche

https://en.wg-suche.de/

가장 많이 알려진 사이트다. 덕분에 사기꾼도 많다는게 함정.

가입 후 원하는 동네에서 적당한 방을 찾아야 한다. 맘에 들면 집주인에게 메일을 보내야하는데

내가 누구고,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얼마나 지낼 것인지 등등을 독일어나 영어로 써 보내야 한다.

WG는 집 하나를 여러명이서 쓰는 형태인데 물론 방은 따로 사용하고 부엌과 거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이미 드레스덴에 거주할 때 WG 생활을 해봤으므로, 서로 규칙과 예의만 잘 지키면 살만한 방식이다.


두 번째 사이트는 ImmobilienScout24다.

http://www.immobilienscout24.de/wohnen/mietwohnungen.html

WG-Suche의 경우 세입자(Mitbewohner)가 또 다른 세입자를 구하는 방식이 많다면 이 사이트는 집주인이 직접 올리는 경우나 부동산에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들었다. 정확하진 않음). 이곳에서도 메일로 소통해야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첫 번째 사이트에서 회신이 너무 오지 않아 급한 마음에 가입하고 이곳에서도 계속 체크하고 메일을 보냈다. 


세 번째 사이트는 독일 동포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베를린 리포트다.

http://www.berlinreport.com/

아무래도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고, 은근 매물도 올라오는 편이라 시기와 가격만 잘 맞는다면 방을 구하기 가장 쉬운 루트가 아닐까 싶다. 2주 내내 고생하다가 결국 방을 구한 곳도 여기서다. 


내 경우는 3개월만 지낼 한국 여성의 조건이었고, 그마저도 학생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메일과 연락을 취해봐도 연락 온 것은 극히 드물었는데 그 중에서도 절반이 사기였다. 사기 방식도 참 여러가지였는데 가장 흔하디 흔한 방식은 보증금을 먼저 입금해야 방을 보여주겠다는 말이었다. 사기 유형도 여러가지니 베를린 리포트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참고하면 좋다. 


여러 사기꾼들 중에 정말 혹하고 당할 뻔한 것도 있었다. 최근의 사기 수법인지 블로그나 베를린 리포트에서도 보지 못했는데 이 사람은 '에어비앤비'로 내게 계약을 하자고 했다. 일반 가정을 숙박 가능하게 하는 '에어비앤비' 방식으로 결제하고 지내라는 말이었는데 정말 그럴듯하게 에어비앤비 계약서까지 보내줬다. 하지만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집주인의 이름도, 집도 나오지 않아서 이상했을 뿐더러 계약서를 쓰고 있는데 뭔가 애플리케이션의 로고랑 다른 것이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계약서 내에 나온 사람들의 이름이 전부 상관 없는 사람들이었다. (너무 이상해서 에어비앤비에 문의까지 해봄) 그럼에도 집은 급한지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당신이 에어비앤비에 가입돼 있다면 URL을 보내줘라. 그러면 내가 그걸로 공식 신청을 하겠다'라고 메일을 보냈지만 집주인은 계약서와 보증금을 먼저 보내라고 한참을 닥달했다. (그냥 씹었다)


사기는 아니지만 집을 보러 갔더니 1, 3세 아동이 있는 집의 거실을 내놓겠다는 사람도 만났고(잠은 쇼파에서, 거실에서 빨래도 너시겠다고..), 막상 보러 갔는데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해뜨기 전 하늘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있지 않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 베를린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알아볼까 하며 자포자기를 하던 중. 기숙사 쯔뷔센Zwischen 자리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쯔뷔센Zwischen은 방주인이 장기로 방을 비울 때 그 사이 기간을 빌려주는 경우를 말하는데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할 경우 이렇게 렌트하기도 한다. 


심지어 운좋게도 시내와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가격도 저렴했고, 방주인도 동갑에, 새건물. 내가 지낼 3개월까지 딱 맞춰졌으니 완벽했다. 입주까지 2주 가량 남았지만 그 사이는 여행을 다녀와도 무방했다. 그래서 덜컥 계약을 마치고 2008년 추억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집을 방문하고 계약을 하기로 한 날, 호스텔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차비 아끼겠다며 걸어갔지만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앞으로 이곳 베를린에 3개월 더 있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더이상 짐을 풀고 싸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 나 스스로 무언갈 해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던 것 같다. 집을 허망하게 잃고 거리에서 잠들었던 7년 전의 내가 아니였다. 방황하는 삶을 끝낸 기념으로 생활용품점에 들러 앞으로 사야할 것들의 가격과 목록을 만들고, 맥주 한 잔과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 스스로에게 주는 칭찬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베를린에서의 첫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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