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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Mar 02. 2016

진심으로 행복했어

(Feat. 더하기 물음표)

'처음'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그래서 내게 드레스덴(Dresden)은 특별한 도시다.


또 '특별한 처음'은 언제나 핑크빛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6개월의 기억은 즐거움과 행복으로만 가득하다.


이곳에 다시 오기 위해 독일로 떠나왔다.

적어도 유스호스텔에 도착하기 전까진 분명히 그랬다.



열쇠 하나부터 여전히 2인실을 혼자 쓰는 것까지 어느 하나 변한 것 없는 그곳에서

다시 만난 지하의 공중전화.


마주한 순간 제어할 겨를도 없이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을 기억해냈다.


매일 나는 그곳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매일 울며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매일, 매일.

처음 느낀 두려움과 처음 겪는 외로움, 낯선 공기와 시간을

견디지 못했던 20살의 내가 여기에 있었다.


기억 한켠에 밀어둔 감정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감정이 물었다.

'정말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이었냐'고.

20살 처음 만난 높은 벽을 다시 마주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낮은 벽, 그때의 나는 얼마나 작았던 것일까. 얼마나 약했던 것일까.


도착한 다음날부터 매일 비가 내렸다.

비를 맞기도, 잠시 쨍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며 누군가는 길다고 여길 2박 3일을 보냈다.

걷고, 자전거를 타고, 트램을 타며 밟던 거리를 다시 한번 서성였다.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머물 그 집 앞에도, 다른 이들로 채워졌을 학원 앞에도.

여전히 빵내음으로 가득한 그 거리에도, 눈길로만 만족했던 음식점 앞에서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20살의 나를 곳곳에서 발견했다.


이곳에 있던 나는 우는 날이 많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늘 배고팠으며 추위에 떨기도 했으며 참아야 했던 것도 많았다.


그리웠던 곳에서 발견한 것은 '충분한 행복'이 아닌 '날것의 과거'였다.

기억하고 있던 모든 추억은 왜곡에 가까웠다는 '사실'도 함께.


엘베(Elbe) 강변에 서서 다시 와야 했던 이유를 곱씹으며 작은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드레스덴에서 체코 프라하, 베를린.

20살의 흔적이 있는 이 세 도시에서 기억의 조각을 수집하리라.

모든 파편을 모으면 느닷없이 떠나야 했던 결정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퍼즐 여행을 계획하고

첫 번째로 주워 담은 파편은 공중전화 앞에서의 눈물이었다.


Hash Tag Project #1 공중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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