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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Mar 23. 2016

모든 것이 변한 자리에 서서

(Feat. 프라하에서 2009/2015)

누구나 살아가며 희로애락을 느낀다.

그리고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는다.

불교에서 생로병사는 네 개의 고통으로, 

원증회고, 애별리고, 구부득고, 오온성고를 더해 우리 삶에 8개의 고통이 있다고 설명한다. 


어려운 단어를 모두 걷어내고 나면 불교에서 말하는 8개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보인다.

바로 '집착'이다.

시간은 흐른다. 사람은 시간에 따라 나이를 먹고, 흐르는 시간만큼 세상은 차츰 변해간다.

영원한 어린 시절은 없으며, 영원히 늙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수 없고, 어제와 오늘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렇듯

세상에 단 한 순간도 똑같은 순간은 없다는 것을

시각, 시간 매체인 사진을 다루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시간과 시각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2009년에 각인된 체코 프라하의 모습이 그리웠을 뿐이다.

그곳에 가면 그날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막연히 믿고 있었을 뿐이다.

2015년에 다시 밟은 프라하는 달랐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집착의 결과로 나는 괴로웠다.


버스 터미널, 광장, 골목, 간판, 음식점.

커다란 골자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변했다.

내가 걸었던 조용했던 골목은 어느새 시끌벅적해졌고

관광 상품이나 판매하던 곳은 모두 쇼핑센터로 변했다.


너무나 낯선 변화에 몸서리쳤고, 2박 3일 중 1박 2일을 앓았다.

그리고 남은 하루.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그곳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을 찾았고

가장 크게 변한 것이 무엇인지 찾았다.


변하지 않은 그곳에서 주섬주섬 있는 재료로 만들어 해시태그 프로젝트 두 번째 사진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을 찾았다.

나였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큼지막한 변화를 겪을 때

난 그 안에서 20살의 나와 전혀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그곳 앞에 서자

작은 보폭으로 꾸준히 변해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함, 시공에 대한 집착이 곧 고통을 가져온다'는 말을 새기면서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변화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던 것일지도 모른다.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난 결국 그곳까지 가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 깨달아도 고통은 꾸준히 발작처럼 찾아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때마다 알면서도 괴로울 것이라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을 잊고 언젠가 또 저 앞에 서리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의 열쇠 하나를 찾았다는 점.
그리고 그 열쇠는 오래도록 간직하며 종종 꺼내봐야 할 것이라는 것.
그래서 다시 꺼낼 때까지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



그렇게 눈물과 한숨으로 질척인 과거를 돌아본 후  

새로운 기억을 새기기 위한 나라,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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