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뒤셀도르퍼 May 03. 2016

사진의 시선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꼭 이런 말을 남기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건 뭐 나도 찍겠네


사진이 단순히 카메라 셔터만 눌러 완성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진은 아주 주관적인 프레이밍에 의해 완성된다. 어떤 사건이 터진 현장, 수십명의 사진가들이 모여들지만 촬영한 결과물을 제각각이다. '어떤 것'에 초점을 맞췄는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이미지는 바뀌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선에 따라 주제는 달라진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지향하는 룰이 있기 마련이다.

인물 스냅 사진에서 그 룰은 바로 정면이다.


반면 스냅이나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 되도록이면 피하는 상황도 있다. 사람의 뒷모습이다.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온통 뒷모습만 촬영해 혼난 기억이 있다. 답답한 화면 구성과 소극적인 촬영 자세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흔하고 뻔한 뒷모습이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우리가 길을 걸으며 정면에 서서 사람을 볼 일이 많을까. 항상 한 방향으로 걷고 이동하는 과정 중에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의 모습은 뒷모습이다. 가장 흔하지만 이미지로 접하면 갑갑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모습. 


맨 처음 말처럼 매일 접하기 때문에 그래, 누구나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당신은 찍을 수 있었음에도 찍지 않았다. 할 수 있음과 없음은 그저 잠재된 능력의 차이다. 그리고 했음과 안했음은 결과, 행동의 차이다. "이정도 사진으로 뭐!"한다면 "찍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앞서 말했듯 뒷모습이라는 주제가 같아도 사람마다 시선은 다르기에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올 수 있다. 


Dresden, Fujifilm, X30, 2015
Berlin, Fujifilm, X30, 2015
Berlin, Fujifilm, X30, 2015
Berlin, Fujifilm, X30, 2015
Bochum, Fujifilm, X30, 2015
Bochum, Fujifilm, X30, 2015
Paris, Fujifilm, X30, 2015
Paris, Fujifilm, X30, 2015
Paris, Fujifilm, X30, 2015
Paris, Fujifilm, X30, 2015
Paris, Fujifilm, X30, 2015

사람의 얼굴은 많은 것을 직접 지시한다. 인종과 성별, 나이, 차림새…. 선입견이 작동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사람의 뒷모습에는 백프로 확신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대신 사진을 보며 상상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어떤 표정일지, 어떤 모습일지 전혀 모르는 재미도 있다. 


정보가 별로 없어 보이는 뒷모습이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혹자가 그랬다.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노라고. 그래서 뒷모습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사랑한다.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하며 내가 만난 뒷모습은 이전과 달랐다. 기계적인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것이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 이런 구도와 촬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걸으니 일상의 모든 순간이 셔터 타이밍이었다. 사진 안에는 같은 여행자의 혼란스러운 뒷모습이, 사랑하는 연인의 뒷모습이, 꾸준히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나의 뒷모습은 어떤 표정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를 담고 있지 않을까. 뒷모습을 촬영하는 나는 종종 이런 기대감으로 부풀곤 한다. 이처럼 뻔한 일상을 특별한 사진으로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특별한 피사체를 마주하기 어렵다면 나의 일상에서 시선을 돌려보길 권한다. 새로운 시선은 새로운 사진을 불러올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빛, 정면으로 마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