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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Aug 25. 2017

도시를 일구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worker

1. 여러 일정으로 여러 번 방문할 기회가 있던 도시들. 그곳은 매일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여행으로 오는 유명한 곳들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도시. 그 뒷면에는 언제나 그렇듯 부지런히 도시를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2. 어떤 도시든 처음 마주했을 때 보이는 것은 화려한 면이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들뜨게 하고, 시선은 언제나 새로운 것으로 향한다. 하지만 두 번 혹은 세 번. 다시 찾았을 때 느낌은 처음과 사뭇 다르다. 이미 충분히 찍어놓은 관광지에는 관심이 줄어들고, 도시를 자세히 바라보기 시작한다.

3. 그들이 시선에 잡힌 것은, 사진에 담기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화려함과 새로움에 가려진 사람들. 시야의 바깥에 존재하던 그들은 언제나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다. 

4. 관광으로 알려진 도시에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돈이 들어오는 그곳. 원래 그곳에 살았든 살지 않았든 그들은 그 도시를 일구고, 다듬으며 살아간다. 

5. 예술이라고 다를 것 없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누군가는 미술관을 지킨다. 그들의 행위는 도시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지만, 그들 자체가 주목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연주는 분위기를 더해주지만 그들이 하루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연주를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6. 그들의 투박한 손길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은 탄생한다. 어쩌면 멋진 도시를 만드는데 자본보다 필요한 것은 노동일지도 모른다. 도시 속 역사를 유지하는 일도,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일도 모두 그들의 몫이다. 

7. 하나의 관광객이자 또 다른 모습의 Worker로서 나는 그들을 바라본다.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이 그 시간 그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주말도 따로 없는 관광지에서 당신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당신들의 시야에 우리는 어떻게 담기고 있을까. 

8. 어둠이 찾아오고 아무도 거릴 걷지 않는 밤이 되어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일하고 있다. 한 번 켜진 불빛은 다시 해가 뜨도록 계속되고, 그들은 그 시간에만 가능한 일들을 처리한다. 

9.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을 찾으면 그들의 모습은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땀으로 젖은 몸이 움직이는 모습들. 그들은 카메라를 쥔 나의 시선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10. 그들은 그 도시에서 불현듯 튀어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화려한 도시 풍경에 가려지거나, 도시 풍경 그 자체로 인식되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과 카메라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여행지에서 그들만의 프레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것들이 시야를 가리고 현혹하기에 누구보다 시야를 넓히고 민감해져야 한다. 

11. 이런저런 사진을 찍는 와중에도 지나가버린, 인식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 거리에 드러나지 않는 노동도 많을 것이다. 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노동에 감사를 표한다. 그들이 있어 나는 올해도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었고, 앞으로 몇 년 후에도 같은 풍경의 도시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12. 이 사진과 시선 역시도 반 노동자 반 관광객에 의해 아름답게 포장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언어와 역사를 모르는 이방인은 셔터를 누르는 작은 노력만으로 그 간극을 쉽게 넘을 수 없으니까. 

13.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이 2년 전에도, 1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거나 그 도시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박제된 풍경은 비단 건축물에 한정된 것이 아닌 것이다. 운전을 하거나 서빙을 하고, 음악을 연주하거나 청소를 하면서 그들은 항상 그 도시를 지켜가고 있다. 내년에는 그런 당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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