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와 미대를 졸업한 저는 23살까지도 제가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공대 대학원을 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어요.
왜냐고요?
그게 뭔지를 몰랐거든요.
미대를 졸업하면 당연히 미대로 대학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학교 초반에는 다른 길을 떠올려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석사는 늘 영국의 RCA나 미국에 있는 Art center를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4학년 때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고, UX(User eXperience)라는 분야를 배우게 되었어요.
산업디자인이 좋았던 이유도 심미성뿐만 아니라 사용성을 고려해야 된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여러 절차를 거쳐서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UX라는 분야는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UX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UX designer 나 product designer 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는 UX researcher 가 지금만큼 알려져 있지 않았던 롤이어서 고려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여러 회사에서 나온 공고들을 보다가 HCI 석사학위가 우대사항(!!)이라는 내용을 보고 처음에는 '이게 뭐지..?' 생각했어요. 근데 HCI를 구글에 검색해 보고, 석사 커리큘럼을 보고, 관련 책들을 찾다 보니 UX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라는 이해가 생기더라고요. 미대의 UX디자인 와의 차이점이 정량/정성적인 분석방법을 더 깊게 다루게 되고(SPSS, Python, Javascript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 및 통계의 시각화 수업 커리큘럼), 심미성(미대에서 추구하는 정도)보다는 구현이나 제작에 포커싱이 되어있다는 점이었어요.
결국 이러한 흐름으로, 저는 HCI 공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내가 배운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시너지를 기대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초심의 마음은 아래 3가지였어요.
1. 미대와는 또 다른 결의 UX 디자인을 배울 수 있네 = 내 관점을 넓혀 볼 수 있겠다
2. 정량/정석적 분석 방법을 심도 깊게 배울 수 있겠다 = 나한테 부족한 지식을 채울 수 있겠다
3. 이공계 특성상 논문 작성 & 학회 참가가 많구나 (필수에 가까운) = 전혀 몰랐던 세상, 궁금해
그렇게 저는 제 졸업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고, 유일하게 지원했던 카이스트 대학원에 합격하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제가 입시를 준비하면서 도움 되었던 내용들(실질적 & 멘털적)과 HCI 연구가 모여있는 곳을 소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