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주제'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고, 연구 주제를 소개하는 사람이 막 대단해 보이지 않나요? 저는 연구 주제를 정하기 전에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다들 어떻게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저렇게 잘 고를까?', '나는 뭐가 연구인지도 잘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으로 1학기를 보냈고요.
그리고 조급한 마음에 교수님들, 석사, 박사 선배들에게 연구 주제 관련해서 조언을 많이 얻으려 다녔어요. 그 내용을 기반으로 한 정리한 질문들을 되새기다 보니, 연구 주제를 그래도 잘 정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아요.
-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인가? (AI, Art, Education, Social-Computing, UI/UX, Mental Care...)
- 나의 이전 연구 또는 포트폴리오와 연결점이 있는가?
- 나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가?
- 같이 병행하고 있는 일과 연관이 있는가? (예를 들어, 산학 프로젝트/사이드프로젝트)
1.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인가?
그래도 석사 연구기간인 1년+a 동안 해야 되는데, 관심 영역 바깥이면 동기부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해요. (흥미 있는 도메인이어도 연구 과정은 힘들 수 있으니까요. 기왕 하는 거 재밌으면 좋잖아요.)
2. 나의 이전 연구 또는 포트폴리오와 연결점이 있는가?
내가 이때까지 해온 것들의 연장선이 될 수 있는가? 또는 (아주 작더라도) 그것들과의 공통점이 있는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의 연구는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에요. 박사를 간다고 해도 자신의 연구를 소개할 확률이 높죠, 기업에 취직한다고 해도 석사동안 진행한 연구를 설명할 자리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럴 때 스토리텔링하기 쉬워질 거예요.
3. 나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가?
남들로부터 '이것'을 잘한다고 들은 것이 있나요? 또는 발전시키고 싶은 내 강점이 있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게 시각화였어요.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당연할 수 있지만, 비주얼적인 부분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연구 주제 중에서도 시각적인 부분이 멘털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차이를 만드는 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주제들을 우선시했어요.
4. 같이 병행하고 있는 일과 연관이 있는가? (예를 들어, 산학 프로젝트)
혹시 연구실이 진행하고 있는 산학 프로젝트가 있나요? 저는 자동차 회사랑 같이 프로젝트를 1년+a 했어요. 사실 공대에서는 연구뿐만 아니라, 산학 프로젝트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연구 따로, 프로젝트 따로 진행하면 에너지도 분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산학 프로젝트와 전혀 공통점이 없는 연구 주제로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산학을 진행할 때 관련 연구 & 동향 파악, 도메인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고민하기 때문에 비슷한 도메인을 연구 주제로 정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근데 보통 대학원 입학 전에 연구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나요?
학교나 랩실에 따라서는, 랩실 컨택(입시) 때부터 연구 주제를 발표해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입학 전에 제안한 그 연구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해요. 석사 수업들을 들으면서 주제가 다듬어지기도 하고, 시기에 따라 피봇 하는 경우도 발생하니까요.
연구라는 게 시작해도 할게 많지만, 주제를 정하기 전에도 참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석사, 박사생들이 이 과정을 겪으며 스트레스받고 있으니 주제가 안정해진다고 크게 낙심할 필요도 없다고 전하고 싶어요. 결국에는 논의를 통해 잘 정해지니까요. 여러 연구 주제를 발산해 보고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나 지도 교수님과 상의해 가면서 하나로 좁혀가는 과정을 추천해요.
다음 이야기는 자주 들었던 질문이기도 했던, 학회에 처음 가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를 다룰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