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회에 처음 가본 게 대학원 들어와서였어요. 대학원에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학회 가는 사람들뿐이라 익숙한 이야기지만, 의외로 학회를 안 가본 지인들은 학회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더라고요. 혹시나 곧 학회를 가야 되는데 처음 가보거나, 학회는 어떤 시스템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알고 있는 내용 안에서 공유하고자 해요. 지인들에게 직접 들었던 질문들을 기준으로 답변을 정리해 봤어요.
(1) 발표 순서나 장소는 어떻게 알아요?
처음에 학회장에 도착하면 큰 팸플릿 같은 것을 받을 수 있어요. 학회 스케줄 표인데, 어디로 가야 어떤 발표를 들을 수 있는 적혀있어요. 대부분 웹사이트에도 올라와있기 때문에 큰 종이를 들고 다니는 것보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긴 해요. 그래도 큰 종이가 보기는 편해서, 저는 그 큰 종이를 직접 들고 다녔어요.
학회 입장권을 사전 등록 또는 직접 방문 구매한다면, 문 앞에서 등록 정보를 확인하고 입장 목걸이(?)를 받게 돼요. 그것을 차고 항상 다녀야 돼요. 학회장 앞에서 가끔씩 안내원들이 확인하기 때문이에요. (학회를 등록하고 온 사람인지)
(2) 발표는 어디 가면 들을 수 있는 거예요?
장소는 (1) 번 질문에서 답했던 스케줄표에 적혀있어요. 학회의 시스템은 조금 특이한데, 다들 앉아서 발표자가 계속 바뀌기보다는 발표자도 바뀌지만 보러 온 사람들도 계속 자리를 이동할 수 있어요. 즉, 여러 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를 진행해요. 예를 들어, A실, B실, C실에서 똑같은 시간에 다른 주제로 사람들이 발표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그 셋 중에 가장 궁금한 발표를 들으러 들어가면 됩니다. 발표 시간도 스케줄표에 적혀있기 때문에, 발표 시작 전에 미리 착석하고 있는 것이 좋겠죠.
(3) 발표 중에 다른 발표장으로 이동해도 되나요?
발표 중에 이동한다고 해서 누가 막지는 않지만, 발표자에게 실례가 되거나 방해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누가 막지는 않아요.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되거나, 반드시 들어야 하는 발표가 다른 방에서 시작하고 있다 -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생각돼요. 그럴 때는 매너 있게 맨 뒤에 앉아있다가 조심해서 나가는 걸 추천해요.
(4) 발표 끝나고 질문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발표가 끝나면 보통은 10분 정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요. 그때 발표를 들으면서 궁금했던 질문들을 하면 돼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 한 명의 질문자가 너무 오랫동안 질문을 해서 10분이 지나가버린 적이 있어요. 질문을 꼭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발표자가 발표를 정리하고 내려왔을 때 후다닥 따라가서 질문했던 기억이 있어요. 궁금했던 부분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그게 논문만 읽었을 때와, 직접 학회에 가서 발표를 들었을 때의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물론 논문에 적혀있는 이메일로 연구와 관련된 질문을 보내도, 답변해주시기도 한답니다.
(5) 이 많은 부스들은 뭐예요?
학회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논문 종류 중에는 인터랙티브/LBW처럼 방에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거나 아주 가까이에서 1:1로 발표하는 종류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가까이 가서 발표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서 설명을 듣고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여러 인터랙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오신 분들의 작업들을 보면서 신기해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국내/해외 학회 다 가봤어도 저는 제 분야의 학회만 다녀와봤기 때문에 조금씩 분야에 따라서 이런 부스들이 없는 곳도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6) 학회 안 들으면 어떻게 돼요?
학회에 가서 몸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거나, 듣고 싶은 발표가 정 없을 때 지금은 일단 안 듣고 싶다고 말하는 지인들도 있었어요. 물론, 듣고 안 듣고의 선택은 자유랍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당 발표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은 없어도, 보통 같은 방에서 발표하는 내용들은 같은 카테고리로 묶여있는 발표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영감/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통은 같은 자리에서, 계속 학회를 듣는 경우가 저는 더 많았답니다.
(7) 교류를 하려면 뭘 준비해야 돼요?
학회를 갈 때, 발표만 듣고 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더 큰 목적으로 '교류'가 꼽힙니다. 평소에는 학교 안에서, 알던 사람들과만 교류하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이나 사고방식이 의도치 않게 어느 정도 갇혀있게 될 가능성도 있죠.
학회에 가면, 비슷한 도메인의 연구를 하는 다양한 곳에서 온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몰랐던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교류를 위해 명함을 만들어오는 지인도 봤고, 자신의 연구를 정리한 문서를 가져온 친구들도 봤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저도 어떤 것을 준비해 가지는 못했지만, 학회에서 만났던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과는 링크드인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았어요.
비슷한 도메인의 연구자를 안다는 것은, 미래에 다양한 협업의 기회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과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고요. 실제로도 링크드인에 들어가면, 다양한 연구자들의 연구 실적들이 올라오는데 보면서 제가 몰랐던 논문들을 알게 되어서 좋더라고요.
(8) 교류는 어디서 할 수 있어요?
다양합니다. 해외에서 큰 학회를 갔을 때는, 학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디스코드가 따로 있었어요. 거기서 어느 도메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어디에서 만나자라고 이끄는 사람도 있었고요. 또는 위에서 말했듯, 1:1 발표를 하게 되는 poster 발표 같은 경우, 연구자의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자신의 연구도 이야기하기 좋은 구도가 되기도 하죠. 또는 학회 자체적으로 어떤 요일의 밤에는 교류 파티가 있다는 공지를 알려줍니다. 저는 내향적이어서 그런 모임에 가서 주도적으로 교류하고 오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가면 음식과 커피가 있고 수많은 기업들의 부스도 모여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새로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모든 교류 파티에 갈 필요까지는 없지만, 처음 가보는 분이라면 한번 호기심으로 방문하시는 것도 추천해요.
오늘은 간단하게 학회를 처음 가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를 소개해봤어요. 학회는 언제 가도 다양한 장점을 느끼고 오는 곳이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도전해 보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