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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얼마큼 할 줄 알아야 돼?

by 케이
영화 <신문기자>의 한장면 속 심은경

종종 받는 질문이 일본에서 일하려면 일본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냐는 질문이다. 나도 이 부분이 궁금했어서 예전부터 검색을 했었는데, 일본어 자격증으로 가장 유명한 JLPT1급도 일본 현지인들에게는 고등학생 수준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걸로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 말은 살면서 터득할 수밖에 없는 실제 일본어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럼 적어도 일본에서 학교나 워홀을 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나는 현지인처럼 일본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가게 주인분께서 못 알아들으실 때도 있고, 말하다가 말고 이 동사를 어떻게 말해야 되는지 몰라서 번역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일본에 살고,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개발도 마찬가지다. 입사 동기들 중에도 일본어가 낯선 친구들이 있었는데, 롤이 개발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통역팀도 계시다.


외국인 한두 명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국적마다 상당수가 다니고 있다 보니 자신이 속한 팀에 여러 국적 사람들이 섞여있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 즉, 기본적인 회화는 일본어가 베이스지만 필요하면 번역 같은 기술이나 선배,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데 일할 수 있냐 하면 그건 아니다. 결국 일하면서 쓰는 대부분의 언어는 일본어가 맞다. 하지만 언어를 잘하기만 하면 다 되냐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언어는 그 나라의 현지인을 넘기 어려우니, 다른 능력을 크게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향성이라는 이야기다.


영어도 그렇고, 일본어도 그렇고 외국어의 벽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망설이는 분들을 종종 듣게 된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준비가 되는 때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가능한 때에 문을 계속 두드려보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든, 할 수 없다고 믿든 믿는 대로 될 것이다 / 헨리포드


나도 언어가 두려워서 시도하지 않았다면 못 경험해 봤을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내용도 반신반의를 하기를 바란다. (웃기지만, 이 글을 포함해서...) 왜냐하면 진실은 그게 아닐 수도, 또는 시기에 따라 바뀌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나도 인터넷 속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만 그대로 믿었다면 아무 도전도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결국, 얼마큼 언어를 잘해야 되냐 묻는다면,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간단한 회화가 가능하다면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해외 취업의 문은 크게 열려있기도 하다는 것을 주변 태국, 베트남, 한국 지인들의 사례를 통해 많이 들었다.


도쿄 회사원의 일상 @ kei___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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