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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회사 문화가 어때?

by 케이

일본 회사문화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나? 나는 일본에 직접 오기 전까지는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들을 주로 떠올렸던 것 같다. 수직적인 소통 문화, 증권사도 아닌데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 눈치 보며 당연히 해야 하는 야근... 그때는 일본 회사를 다니는 지인들도 없었어서 정보가 매우 적었다.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의 한 장면


이번 글은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직접 일본 회사 문화를 겪고 나서 느낀 특징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의 경험담뿐만 아니라, 주변에 다른 일본 대기업/스타트업을 다니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섞여있다.


1. 자주 사용되는 쿠션어

쿠션어란, 말에 있어서 쿠션처럼 푹신푹신한 표현들이 본론의 앞뒤로 껴있는 형태의 소통방식이다. 나는 일본 오자마자, 아니 입사 과정에서부터 인사팀이 과하게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서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가 생각해 보니 쿠션어가 많아서였다. 사실 본론은 2줄인데 앞뒤로 감사, 응원, 안부 인사, 격려, 겸손을 나타내는 문장들이 섞여있었다. 특히 일본은 겸양어(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를 높이는 표현)와 존경어(상대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표현)를 사용하다 보니 외국인 입장에서 나를 과하게 높여주고 있지는 않나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많다. 그래도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쿠션어는 입사 후에 일하면서도, 자주 느낀다. 직설적인 분들도 물론 계시지만,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소통하는 방식을 택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2.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문화

누군가는 차갑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내향적인 성격인 나에게는 마음에 드는 문화방식이다. 나는 같은 팀 사람들조차도 어디에 사는지, 고향이 어딘지, 애인/결혼 유무를 알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었다. 사실 아직도 그 부분까지는 모르는 관계인 사람들도 많다. 주말에 뭐 하는지는 당연하고, 크리스마스/새해 때 서로 뭘 하는지도 묻거나 들은 기억이 없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신이 꺼내지 않는 한, 물어보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낀다. 꼭 상대의 모든 것을 알아야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느낌은 내가 느끼기에 긍정적이었다. (물론 그중 자신의 많은 부분을 오픈하는 분들도 계시긴 한다...)


3. 외국인 지원팀의 존재

이 부분은 우리 회사에만 해당하는 부분일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일본 회사에 재직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갈 전망이다. 도쿄라 그럴 수도 있지만, 거리에도 현지인 느낌의 외국인 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회사에도 외국인을 지원하는 팀을 구축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일본에 일하러 오면, 처음에는 언어가 어려워서 비자 등록, 집 계약, 구약소 등록, 전화번호 등록 등 다양한 일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나도 그랬는데, 처음에 회사에 계시는 지원팀의 한국인분께서 연락을 주셔서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참고로, 잔업은 회사 바이 회사. 조직 바이 조직. 팀바이팀이다. 어쩔 수 없이 업종에 따라서도 다르고, 옆 팀은 많이 하는데 우리 팀은 안 하거나 일의 스케줄에 따라서도 상황이 다양하다. 이런 점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고 느낀다. 정장의 유무나 수직적인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물론 극단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회사를 비교하면, 일본이 수직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도쿄 회사원의 일상 @ kei___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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