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를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원들이 모인 회식 장면이 나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드라마를 보면 회식 장면이 종종 나오지만, 일본의 회식 장면을 보면 왠지 똘똘 뭉친 단합심을 느낄 수 있어 보인다. '건빠이!'를 외치면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취해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일본 왔을 때는 그런 문화일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왠지 그런 분위기의 회식에 가면 넉살 좋게 이야기도 잘 나누고 농담도 해야 될 것 같아서였을까. 나는 내향적인 성향이어서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소리를 크게 내는 것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 들어온 후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IT 회사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할 때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된다. 그것부터 일단 서로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회식 장소도 탑다운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후보 가게를 말해서 다수결로 투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가 강하지, 술을 왕창 마시지 않아도 된다. 이 방향이 회식의 목적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만나면 일 이야기가 아닌 여러 근황과 몰랐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팀끼리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음식은 미뢰를 여는 열쇠이며, 다른 인간불꽃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George Bernard Shaw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팀바이팀(Team by Team, 팀마다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팀들은 회식을 아예 안 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는 모이고 싶은 사람들만 모인다고. 그런 자유로운 선택지가 가능한 분위기가 긴장감을 주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회식이라고 하면, 억지로 마셔야 되거나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야 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수직적인 회사 문화가 강하다고 들은 일본이기 때문에 그 점을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회사 마다도, 팀마다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는 이렇다 저렇다고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인들한테 물어봤을 때도 비슷한 답이 나왔었다. 그래도 예전만큼, 또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딱딱하거나 드라마틱한 모습은 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나 일본 회식 문화에 대해 걱정이 있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 그 짐을 내려놔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도쿄 회사원의 일상 @ kei___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