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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골목에서 만난 LP 바

by 케이

역에서 내리자마자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 레이스가 치렁치렁 있는 크고 화려한 치마부터, 올블랙으로 구멍이 송송 뚫린 나시까지. 사람들 제각각의 옷차림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가는 곳인 시부야에 도착했다.


중앙 거리로 오면 시끌벅적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울린다. 경적소리는 적지만, 영어나 프랑스어 다양한 외국어가 귀에 꽂힌다. 마치 우리나라의 강남역처럼,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그만큼 인파가 몰려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 가는 곳은 여러 소리를 하나의 소리로 모아주는 LP 바 '아날로그(Analog)'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시부야 중심거리를 걷다, 돈키호테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큰 전광판이 가득했던 중심거리와 달리 골목으로 들어가면 쭈그리거나 서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부터, 4-5명이 모여있는 20대 무리들도 볼 수 있다. 빌딩 앞에 도착해서 3층으로 올라가면 작고 어두운 조명의 문이 있다. 점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착석하면 너무 커서 같이 온 사람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의 노래가 들린다.


이곳의 특징은 가게의 가운데에 LP판들이 꽂혀있어서, 그 안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1곡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마틸다'라는 LP 바를 좋아하는데, 그곳에서는 직접 종이에 노래를 적고 사장님이 LP판을 찾아주신다. 그곳과는 차이점은 여기서는 우리가 직접 LP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내가 아는 LP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나마 아는 LP가 나오면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꾸었다. 그러다 보게 된 반가운 얼굴, 해리스타일스의 LP였다. 그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FINE LINE',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Adore You'를 신청했다. 내가 신청한 노래가 몇 분 지나지 않아 바 전체에 퍼졌다. 음료는 딸기 보드카 같은 것을 마셨는데, 같이 나오는 과자 안주나 사탕과도 잘 어울렸다.


내가 잘 모르는 노래도 새로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차분한 조명 속 공간으로 들어가서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노래를 다 듣고 바깥으로 나오면 다시 일상적인 시부야가 펼쳐진다.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경적소리, 음식점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노래들... 아까 바에서 들었던 노래를 선택해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는다.



*글의 배경 이미지와 실제 공간 이미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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