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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지하에서 만난 재즈바

by 케이

사실 나는 신주쿠를 자주 가지는 못한다. 집에서 거리도 꽤 있고, 직장도 그쪽이 아니라서 자주 발길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주쿠를 갈 일이 있다면 꼭 들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신주쿠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DUG라는 재즈바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곳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주 왔다는 소문으로 유명해지기도 한 재즈바이다. 그전부터 이미 유명했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왔을지도 모르지만.


DUG는 신주쿠의 큰 대로변을 걷다 보면 찾을 수 있다. 저녁이 될수록 화려해지는 신주쿠의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눈이 피로해지는 걸 느끼는데, 그러다 지하로 도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흡연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담배 냄새를 맡게 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고, 바로 옆 테이블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피지 않는 이상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뿌연 연기와 더불어, 창문이 없는 탓에 비현실적인 공간에 들어온듯한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꽤 두꺼운 메뉴판 안에는 미트파이 같이 조금 무거운 안주도 있지만, 안주 없이 술만 시켜도 큰 문제는 없다. 꽤 깔끔한 와이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점원들이 분주하게 술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좁은 가게 안에서도 사람들은 2명, 4명끼리 와서 노래가 잘 안 들릴 정도로 크게 떠든다. 카운터에 앉아 노트북을 피고 있는 외국인과 오른쪽에서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한국인들도 있었다. 또 다른 테이블에는 30대로 보이는 여성 2명과 또래 남자 4명 정도가 회사 이야기를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른 바들과 굳이 비교하면 음악 소리가 잘 들리는 곳은 아니다.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 목소리가 더 커서 그런 걸까. 그럼에도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맛있는 술, 늦게까지 운영한다는 특징은 다른 장소들보다 쾌적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어 늘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어진다. 오전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12시부터 하는데 이른 오후에 가면 입장할 수 있다. 오히려 일찍 가면 더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공간이 되는 걸까 상상을 해본다.


*배경이미지 출처: Google/Time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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