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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쿠보에서 만난 K-POP

by 케이

도쿄에는 신오쿠보라는 한인타운이 있다. 나도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간 기억밖에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확실히 예전의 신오쿠보보다 훨씬 더 북적이고 활발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신오쿠보의 위치는 신주쿠 옆이다. 그래서 예전에 신주쿠에서 내려서 집이었던 다카다노바바까지 걸어가면서 지나쳤던 것이 기억났다. 2018년쯤이었는데, 그때는 한인타운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역에서 내려서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한국어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귀에도 K-POP 노래가 들리기 시작한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체감상 뉴욕에서 코리안타운에 가면 한국어를 하는 한국인 분들이 많이 보였던 반면, 신오쿠보는 일본인 분들이 많이 모인 동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한국분들이 확실히 많으시지만 말이다.


가끔 한국 음식이 당길 때, 신오쿠보에서 약속을 잡곤 한다. 물론 요즘에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꼭 한인타운에 가야지만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자탕이나 순댓국 같은 메뉴는 아무래도 신오쿠보 쪽이 맛있다는 인상이 강해서 그쪽으로 약속을 잡았다. 모인 장소는 '산도미(?) 감자탕(サンドミカムジャタン)' 집이었다.


모든 감자탕 가게가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신오쿠보에 있는 많은 가게들이 전문점인데도 다양한 메뉴를 파는 점이 재밌었다. 감자탕 집인데 떡볶이도 같이 판다거나, 곱창집인데 계란말이나 전도 같이 판다거나, 물론 먹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좋다.


신오쿠보의 들렀던 가게들 중 많은 가게들이 K-POP을 틀어놓는다. 뮤직비디오도 같이 틀어놓는 곳들이 많다. 그러다가 갑자기 초등학생 때 들었던 추억의 노래가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요즘 아이돌들이라서 내가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나이가 실감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갔을 때는 투애니원 노래가 나왔다가 갑자기 아이브 노래도 나왔다가 걸스데이의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같이 갔던 친구들과 당황스러워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지내고 있는 도시에 한인타운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미국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는 한인 타운은 당연하고, 한인 마트도 없던 곳에 살았었다.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한인 마트 하나가 나오고, 또 거기서 10분은 가야 한인 식당 하나가 있었던 동네였다.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아무 생각 없으셨지만, 나는 가서 장 볼 날만을 기다리며 먹을 음식들을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때 향수병을 조금이나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어쩌면 고향의 음식, 문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는 행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신오쿠보가 활발하게 계속 지금처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자주 가지는 못해도, 생각이 날 때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말이다.


얼마 전에 요아정도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도전해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가서 먹어볼까 고민 중이다.


cover 출처: Holiday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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