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살면서 일본 노래를 들어본 적 있나?
나는 대학생 2학년 때쯤 처음으로 들어본 것 같다. 일본어 중 '스미마센' 밖에 모를 때, 어쩌다가 유튜브에서 일본 노래를 접하게 됐다. 처음으로 들은 노래가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들은 가수가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한다. 요네즈 켄시(米津玄師)라는 가수다.
성이 요네즈인지 켄시인지 그 차이도 모르던 나는, 멜로디가 너무 좋은 나머지 완전한 외계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이 사람의 노래를 다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떤 앨범을 우연히 계속 듣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J-POP 앨범이 되었다. 그 앨범의 이름은 bootleg다.
스마트폰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채도가 높은 색 몇 개가 건조하게 칠해져 있는 것 같은 커버부터가 눈에 띄었었다. 이 앨범을 좋아한 몇 년 후에 일본 타워레코드에 가서 앨범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제일 좋아하는 곡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어려울 정도로 명곡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즌마다 좋아하는 곡이 달라지는데, 요즘은 스다마사키와 함께 부른 잿빛과 푸름이라는 노래가 가장 좋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다 마사키라는 배우를 알 확률이 높은데, 본 직업(?)인 연기도 잘하지만 노래도 가수만큼 잘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된다면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JX2iy6nhHc&list=RDgJX2iy6nhHc&start_radio=1
요네즈 켄시라는 가수를 이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또는 J-POP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군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가 가수가 된 배경이 재미있었는데, 2008년부터 '하치(ハチ)'라는 이름으로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음악을 만들었고, 이후 2012년 앨범 'diorama'로 요네즈 켄시 명의 데뷔를 했으며, 2018년 히트곡 'Lemon'을 발표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프로듀서였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대중들에게 인식되면서 하나하나 노래를 낼 때마다 좋아서 결국 데뷔를 하게 된 스토리다. 이 스토리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그의 얼굴이 대중들에게 제대로 보이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얼굴 자체보다는 옷 입는 스타일이나 머리카락의 형태로 유명하다. 그의 라이브를 떠올리면, 축 늘어져있는 길고 검은색인 파마머리에 큰 키를 가지고 있어 길고 박시한 옷을 주로 입는 실루엣이 떠오른다. 독특한 음색도 매력적이며, bootleg 앨범도 그렇듯 노래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특색이 있다. 비슷한 음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어떤 노래를 듣고 '이 노래 요네즈 켄시 것 같다'라고 예상하면 맞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인기가 많았던 일본 드라마인 '언내츄럴'의 대표 OST인 'Lemon'도 불렀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OST를 불렀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항상 퀄리티가 높은 노래를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콘서트를 꼭 가보고 싶은 아티스트 중 하나다.
J-POP이라고 하면 귀여운 노래, 또는 너무 빠르거나 한국인 정서와는 맞지 않는 노래가 많지 않나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멜로디가 좋아서 빠지는 곡들도 많고, 무엇보다 가사나 노래의 스토리가 좋아서 감동을 받게 되는 곡들도 많다. 나에게는 그게 처음으로 요네즈 켄시였다. 앞으로 어떤 노래를 대중들에게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더듬더듬 기억해 보니 그 후에 차례대로 백넘버, 히게단, 요루시카, 후지이 카제의 노래들에 빠졌던 것 같다. 여러분들의 첫 번째 J-POP 가수는 누구였는지, 또는 요네즈켄시의 노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노래가 주는 감동과 위로, 즐거움이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cover 출처: 재팬코리아 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