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단상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J Jun 16. 2024

미학적 인생

그 잡스러움에 대하여

에스테틱이라는 말이 피부관리라는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미학적(aesthetic)이라는 정의되기 어려운 철학적 표현이 가장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다만, 이 상업적 표현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인생 또한 미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는 작은 감동을 느껴보는 것이다. 


 "... 그 같은 감동들은 관례적 형태라는 엄격한 틀 속에 담겨져야만 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회 생활 역시 그 같은 방식으로 배열되었다. 삶의 사건들은 아름다운 광경이 되었고, 고통과 기쁨 역시 비장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입혀지고 단장되었다." <요한 호이징가, 중세의 가을>


중세의 형식주의는 삶의 표현 방식을 미학적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반대로, 현대의 삶의 미학은 그 삶 자체의 잡스러움에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너무도 복잡하다. 그 복잡함 속에는 아름다운 면뿐 아니라 추한 면도 함께 곁들여 있을 수밖에 없다.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울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 인생! 인생이여! 그것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되돌려 놓는 것, 그것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 그것을 거세하면서 고상하게 만들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피하는 것, 소위 추함이라는 것도 오직 여러 특성들 중의 두드러진 현상임을 이해하는 것, 모든 것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인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신이되는 유일한 길이야!" <에밀 졸라, 작품>


나는 나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일에서, 일상생활에서 나는 나의 작품을 빚는다. 나는 천재가 아니기에 쉽게 아름다운, 내가 원하는 것들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단히 나의 작품들을 빚고 있다. 살롱의 심사위원들에게 인정받는 성공을 거두지 않더라도, 나만의 인상이 담긴 작품을 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이전 10화 이미지와 언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