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gelo Buonarroti, 1541)
미켈란젤로의 또 하나의 불후의 걸작, <최후의 심판>은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정면 제단 벽면에 그려진 프레스코 대 벽화이다.
이 벽화는 1530년 피렌체가 스페인군에게 함락되자 1534년 미켈란젤로는 고향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간다. 1535년 교황 파울 3세(Paul Ⅲ)는 당시 서구의 종교개혁 운동에 대한 카톨릭측의 입장을 드러내고자 미켈란제로에게 이 벽화를 의뢰하였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 천정벽화인 <천지 창조>를 완성시키고 나서 25년이 지나 다시 붓을 들게 되었으며, 그때 나이는 61세 였다. 1536년 4월에 착수한 높이 14.5m, 폭이 13m에 달하는 대벽화 작업은 6년간의 노고 끝에 1541년에 완성하였고 1542년 성탄절에 제막되었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탄생의 생명력으로 가득찬 <천지 창조> 천장을 보다가 하나님의 심판 속에서 영혼의 파멸과 부활의 희비가 교차하는 <최후의 심판>의 광경으로 시선을 옮길 때 우리는 순간적으로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오고가는 극적인 경험을 하게된다.
<최후의 심판>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 각종 영혼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시기 위해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을 드러내며 나타난 모습, 그리고 그 앞에 축복을 받는 의인과 저주를 받은 죄의 종들, 모두가 서로 몸을 움츠리고 무리를 지어 각자의 방식대로 하나님의 자비를 바라고 있다. 승리자(순교자, 성자들)와 패배자(이단자, 그를 찌른 자들)들 모두를 투사 같이 힘찬 근육을 가진 나체로 표현하고 있으며 흥분되어 격렬하게 움직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행동들은 아무런 거점도 없고 어떠한 테두리 안에 가두고 정돈시킬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한 행동들로 표현하고 있다.
벽화의 주제는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과 심판을 광범위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심판의 서장, 천당, 심판, 지옥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시켜 구성하고 있다.
제1부는 천사들이 심판이 도래하였음을 알리는 장면이다. (여기 그려진 천사들은 날개가 없다.) 화면 상단 왼쪽의 천사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수난을 당할 때의 십자가를 붙들고 몸부림치는 처절한 모습, 그 바른쪽에는 면류관(승리자로 부활, 승천을 상징)을 들고 힘차게 나르는 천사들의 모습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른쪽의 천사들은 순교자들이 묶이고 처형장이 되었던 이단의 신전 기둥을 송두리째 뽑아 나르는 역동적인 장면이다.
제2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첫째 부활에 참여하는 자들의 천국이다. 화면 중앙에 천국이 열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름을 타고 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선택을 받은 자들이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여든 광경이다. 이들은 주로 열두제자들과 순교한 성자들이며, 또 그들은 각자 순교 당시 고문당한 형구, 혹은 상징적인 물건을 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바로 밑의 구름 위에 앉은 순교자는 바돌로매 사도인데 자신이 가죽이 벗김을 당하며 죽음을 당했음을 의미하는 인간의 가죽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밝혀진 재미있는 사실은 그 가죽 속에 그려진 얼굴은 성인의 얼굴이 아닌 이 벽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얼굴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