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루오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가 이미 원숙한 종교 화가로 인정을 받은 시기에 발표된 <그리스도의 얼굴, 1933>은 1930년대부터 그리스도의 참모습을 그리고자 시도된 수많은 성안(Sainte Face 聖顔)의 연작 중 일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등에 업고 골고다의 계곡을 오르는 도중, 베르니카란 여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땀에 저린 얼굴을 닦은 천에 기적적으로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는 전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다른 화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루오가 시도한 새로운 그리스도의 초상 형식이다.
지존하신 성자(聖子)의 얼굴이 단일체로 화면의 중심을 이루고, 슬픈 듯 부릅뜬 두 눈동자, 피땀으로 얼룩진 얼굴, 그리고 머리에 썼던 가시관의 흔적, 그 위에 지그재그로 둘러싼 노란 후광으로, 성자의 얼굴에 강렬한 부활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으며, 인간의 죄를 온몸에 쓰시고 수난을 당하면서까지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참사랑의 승리자로서 고뇌와 영광을 읽을 수 있다.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된 것이니라. 그는 창세 전부터 미리 알린 바 되신 이나 이 말세에 너희를 위하여 나타내신 바 되었으니, 너희는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시고 영광을 주신 하나님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믿는 자니 너희 믿음과 소망이 하나님께 있게 하였느니라.’ (벧전1;19-21)
루오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바탕을 두고 가난하고 학대받는 자들에 대한 공감의 눈을 가지고 부상당한 어릿광대, 오만한 재판관, 버림받은 창녀들을 그렸다. 이 그림 속 거친 붓 터치 속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예수의 얼굴은 악을 선으로, 더러움을 순결함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구원의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신성과 세속의 화합’이라는 개념은 성당에 그려진 신성한 스테인드 글라스 그림들에서 영향을 받은 굵고 검은 선과 현실의 거친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은 물감을 거칠고 투박하게 조각하는 듯한 터치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성화와는 또 다른 종교적 명상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