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루오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증언하여 이르되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리라 하시더니,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이 사람의 후손에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구주를 세우셨으니 곧 예수라 (행 13;22-23)
1937년의 <늙은 왕>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의 성화상(聖畵像)으로서 성서의 다윗왕을 주제로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늙은 왕>은 청록색을 주조로 한 배경을 뒤로하고 앉아있는 왕의 옆모습을 그린 것으로 흰 꽃(백합) 가지를 손에 쥐고 있다. 황금 왕관을 쓰고 황금 목걸이 걸치고 있으며, 빨간 가운을 걸친 화려한 모습이다. 이 그림 속 청록과 빨강의 두 색조의 대비와 검은 윤곽의 굵은 선이 서로 어울려 더욱 깊고 강렬하다. 검은 윤곽선은 루오가 배웠던 12세기 고딕 스테인드글라스의 기법을 연상시킨다.
화면을 살펴보면 왕의 옆얼굴 모습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배자를 나타내는 동전 (Coin)에서 초상과 이집트, 앗시리아 부조 등에서 보이는 얼굴 모습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고대의 전통적인 왕들의 초상화들에서 손에 홀(笏, Scepter)이나 칼을 쥐어 권위를 나타내었다면 이 그림 속 늙은 왕은 흰 꽃가지를 손에 쥐고 있다.
<늙은 왕>은 지배자의 권위와 권력을 연상시키는 왕이 아니라 무엇인가 회상하며 침묵에 잠긴 듯하고, 화려한 왕관과 복장이지만 결국 한 인간으로서 노쇠한 만년의 형상이다. 이 <늙은 왕>은 번영 이후 쇠퇴라는 주기에서, 권력의 무상함을 나타내고 그의 손에 들린 흰 꽃은 인간이 쇠퇴와 죽음에서 부활한다는 종교적인 뜻을 상징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다윗 왕이 쓴 시가 떠오른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함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