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j)
종교화 중의 종교화로서 너무나 유명한 이 <최후의 만찬>은 <모나리자>의 그림과 함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j) 예술의 정점을 장식하는 동시에 세계 미술사의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의 생애에 가장 전성기인 1495~1498년경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 그라체 성당 식당에 그려진 벽화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작품이 완성된 후 수년이 지나 그 채색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 안타까운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레오나르도는 전통적인 프레스코 기법에 구애받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과학적인 시도로 석고벽에 유성 템페라(Oil Tempera)를 사용한 것이 그만 벽면에 잘 접착되지 못한 것이다. 이 바람에 18세기의 여러 차례에 걸쳐 수복하였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고 손상이 거듭 되어 왔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성당이 폭탄 세례를 받았으나 기적적으로 전화를 모 면하였다. 이러한 수난을 격은 <최후의 만찬>은 감상자로 하여금 그림이 지닌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후세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점을 감안할 때, 현 상태로서도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최후의 만찬>이라는 주제는 반세기 전 피렌체의 카스타뇨(Castagno)와 기를란다요(Ghirlandaio) 등에 의해 거듭 그려져 왔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선배들의 구도상 전통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조형 기법을 시도하고 싶어 했다. 완벽에 가까운 원근법, 그리고 해부학을 바탕으로 계산된 인체 소묘 기법과 독창적인 스푸마토 (Sfumato; 대기 속으로 연기가 스미듯 명암을 조정하여 극히 섬세하게 변화시키는 기법)의 명암법 등이다.
화면 전체의 구도를 보고 곧 느끼게 되는 것은 균형 잡힌 안정감이다. 이런 균형은 이전에 어느 예술가도 시도한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다. 인물들의 경쟁이나 상호 대립하는 다양한 주장을 균형 속에 조화시켜 통일미를 형성하고 있다. 주제의 중심 내용에 가장 근접하려는 시도로서, 균형 잡힌 화면에 영적 생명감이 넘치는 감동적인 화면을 전개시키고 있다.
화면의 초점은 원근법의 구도상으로나 작품의 내용 면에서도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에게 맞춰지고 있다. 그리고 배반자 유다까지를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열두 제자를 세 명씩 4그룹으로 나 누어 예수 그리스도의 양쪽에 균등하게 배치시키고 있다.
이 화면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 께서 열두 제자와 만찬을 드실 때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마26;20-30, 막14;17-25, 눅22;14-23, 요 13;21-30)’ 하신 예수님의 숙명 적인 말씀이 떨어지자, 같이 있던 제자들이 큰 파문을 일으키는 순간을 포착하여 심리적인 반응을 현실감이 넘치게 개성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는 은밀하면서도 엄숙한 자세의 팔로 성찬식 의식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 고 있다.
여기서 그리스도 우측의 요한, 베드로, 그리고 유다의 동작은 퍽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성급한 베드로는 ‘주여 내니이까’라고 다그쳐 묻는다. 이와 동시에 주님 품 안에 자던 요한은 소스라쳐 일어나 베드로에게 어떤 영문인가를 묻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배반자 유다도 베드로 옆에 낮은 자세로 적의가 출혈된 눈으로 주님을 바라보고 있다. 이전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그림처럼 탁자 반대편에 위치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구도상으로도 새로운 것이었다. 죄를 지은 인간도 하나님 사랑 안에서는 모두 한 인간이라는 뜻을 포함한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전 화면의 인물은 신체의 유기적인 동작을 통하여 부여된 그림의 주제를 나타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런 인물의 전형은 평소 레오나르도가 그린 많은 소묘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림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어려운 목적은 사람의 동태나 정신의 동작을 통해서 인간의 혼이 의도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기록과 같이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동작과 얼굴 표정들을 통해 각자의 메시지들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