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였으니. (고전 11;23-25)’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는 피카소, 미로와 더불어 스페인이 낳은 3대 거장 중의 한 사람이다. 상상력의 천재로 불리는 달리의 초현실주의는 비현실과 초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상상력을 해방시켜 인간의 무의식을 드러내며 편집광적, 냉소적 시선을 추구함으로써 과거 어느 작가들도 표현하지 못한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였다.
달리가 1955년에 제작한 <최후의 만찬>은 종전의 작가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성서에 나타난 다락방에서 이루어진 만찬이 아닌, 갈릴리 호수가 있는 자연 공간에서 하나님, 예수님, 제자들이 참석한 만찬이다.
화면의 구성은 직사경의 식탁과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열 제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예수님을 마주하고 두 제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그리고 상층에 각진 창틀에 의해서 네 개 우주공간을 형성하고 있으며, 하나님이 양팔을 벌리는 모습이다. 그를 중심으로 하늘이 열리고 지평선의 산과 호수, 그리고 예수의 허리가 물에 잠기고 곁에 배 한 척이 떠 있는 광경이다.
만찬 석상에서 예수님은 축사하시고 오른손은 위에 계신 하나님을, 왼손은 당신의 몸을 가리키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식탁에 놓인 두 조각의 빵과 포도주잔은 만찬에서, ‘빵은 우리를 위한 당신의 몸이요, 포도주는 당신의 피로 세운 언약이다.’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전의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들과는 다르게 열두 제자들이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는 엄숙하고 경건한 만찬 광경이다. 특히 만찬식에 예수님이 선교활동 무대였던 갈릴리 호수와 배를 등장시킨 것은 그의 삶과 관계가 깊은 많은 설교와 기적을 상기시킨다. 우주에서 지상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빛이 감싸고 있는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영적 상상 속의 최후의 만찬을 표현한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