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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Apr 09. 2022

가시관

그레이엄 서덜랜드(Graham Sutherland)

 ‘가시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마 27;29)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밀랍 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시 22;14)

 ‘악한 무리가 나를 꿇려 내 수족을 찔렀나이다’ (시 22;16)

 

20세기 영국 화가 서덜랜드의 <가시관>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1946년의 작품으로 초현실주의의 환상적인 종교 풍경화이다.

 

가시관 (그레이엄 서덜랜드, 1946) 

화면은 인체의 뼈 같은 앙상한 두 나무가 아치를 이루며, 그 위에 나뭇가지의 가시가 휘어진 곡선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사방으로 두루 퍼져나가는 것이 마치 그리스도의 머리에 가시관을 엮어 씌운 것으로 연상된다.


이 이상한 풍경은 나무이면서 인체의 각 지체가 뼈와 같은 날카로운 창이나 칼, 도끼로 탈바꿈된 것으로 보이며, 그리스도의 가시관으로 상징되는 잔인성을 마음 깊이 환기시킨다. 통일성을 유지한 흰색 나무, 숲 속의 초록색과 하늘의 파란색 공간이 조화롭게 표현된 풍경이다. 이 풍경의 내용과 형식은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다른 상징적이고 현대적인 회화의 양식을 개척하고 있다.


그레이엄 서덜랜드(Graham Sutherland, 1903~1980)는 영국 런던에서 출생하여 처음에는 에칭(etching)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주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풍경화를 그렸었다. 1930년대부터 구아슈 및 수채로 풍경화 연작 시리즈를 발표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강렬한 색채와 예각적(銳角的)인 표현을 통해 심상 표현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토속적인 것들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되고 토속 미술은 그의 그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상징성을 가진 것들로 채워진 새로운 풍경화를 개척한 화가로서 현대미술에 끼친 그의 영향은 크다. 그의 작품 중에는 표현주의적 초상화도 있는데 그중에 <윈스턴 처칠상>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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