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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Apr 09. 2022

십자가의 처형

그레이엄 서덜랜드(Graham Sutherland)

<십자가의 처형> (Crucifixion;1961-1963)은 영국 런던 성 아이다노 성당(St. Aidan of Lindisforn)의 제단화로서 가톨릭 신자인 그레이엄 서덜랜드(Graham Sutherland;1903~1980)의 완숙기에 제작한 대표 작품의 하나이다.


화면 전체가 피로 물들인 듯 강렬한 붉은색의 바탕에 검정 줄무늬 커튼이 쳐있는 배경, 밝은 색조의 나무 십자가가 휘어지도록 매달려 고통을 당하는 그리스도의 비통하고 처절한 모습이다.



머리를 짓누르는 가시관, 앙상하게 노출된 갈비뼈와 시커멓게 움푹 꺼진 배, 육중한 못에 박힌 손과 발, 그리고 뒤틀린 정강이 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찔림과 고통은 성경 말씀처럼 우리의 허물과 죄악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십자가 상단에 검붉은 갓 점등과 그리스도의 등 뒤에 검은 줄무늬 커튼, 또 같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X자, 그리고 화면 아랫부분에 그려진 접근금지를 알리는 철책과 노란 띠는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고문과 폭행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서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요일 4:10)


서덜랜드의 <십자가 처형>은 16세기 화가인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 예수의 책형>에 비견되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종교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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