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그레코 (El Greco)
‘인자가 죄인의 손에 넘기어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 삼일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신 말씀대로 예수님은 다시 살아나셨다.
안식일이 지난 첫날 동틀 무렵 큰 지진이 일어나 천지가 진동하고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같이 흰 주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무덤의 돌을 굴려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은 무서워 떨며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때마침 예비한 향품을 가지고 무덤에 온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는 예수님의 시체가 보이지 않는 빈 무덤에 매우 놀라 당황하고 있었다. 이때 주의 천사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러 주셨다.
‘무서워 말라. 나는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을 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미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 전에 말씀하신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그가 누우셨던 곳을 보아라. 그리고 빨리 가서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뵙게 될 것이다’라고 전하라. 이 기쁜 소식을 들은 여자들은 두려움과 큰 기쁨으로 가득 차서 급히 무덤을 떠났다. (마 28, 막 16, 눅24, 요 20 참고)
이와 같이 주의 천사가 여인을 통하여 예수님의 부활을 전할 사명을 부여한 것처럼. 엘 그레코(El Greco 1549~1614)가 1590년대 후반에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그림 역시 예수님의 부활을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한 사명을 띤 종교화인 동시에 ‘하나님을 위한 예술’로 승화시킨 최고의 성화이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화면은 중앙 상단에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빛이 되어 눈부시게 빛나며 승천하는 것 같은 승리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무덤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그 찬란한 빛에 짓눌려 방향감각을 잃고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서 부활을 목격하고 있는 모습 등이 생동감 있게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생명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사망에 대한 생명의 승리자로서 한 손에 승리의 깃발을, 다른 손에 인간 구원의 자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랑이 충만하며 초연하게 보이는 성자의 모습, 따라서 병사들의 놀라는 표정의 다양함은 인물 표현에 있어서 엘 그레코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더 입증해 주고 있다.
엘 그레코의 회화 표현의 특색은 철저한 인체의 해부학적 바탕 위에 사실적인 묘사이기는 하지만 특히 인체 표현에 있어서 길고 갸름하게 변형시킨 자유분방한 표현이며, 또 빛이 아닌 정신적인 내면의 투시한 빛으로서 서로 미묘한 반사와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엘 그레코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음에 대한 종교적인 영적 세계의 승리이며, 동시에 영원한 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라는 것을 그의 그림을 통해 강렬하게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