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에르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iden)
‘그리스도께서 한번 죄를 위하여 죽으사 의인으로서 불우한 자를 대신하였으니 이는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려 하심이라 육체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리심을 받으셨으니’(벧전 3:18)
이 그림은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의 제3의 거장인 로지에르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iden, 1399~1464)이 1435년에 템페라와 유채를 혼합한 화법으로 나무에 그린 제단화로 루벵(Louvain)에 있는 노트르담 오르 데 뮈르(Notre-Dame Hors Des Murs) 성당의 주문을 받고 그려진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다 이루시고 운명하신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비탄에 잠긴 장엄한 화면 앞에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미술에 식견이 없는 사람이라도 마치 실물처럼 화면으로부터 튀어나와 보이는 그 얼굴들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림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하나하나 세심한 붓놀림과 정확한 관찰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화면의 구성은 장방형의 무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고통스러운 얼굴들이 원운동 형태로 드러나게 그려져 있으며 그림의 주의력을 예수를 둘러싼 인물들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그룹을 이루고 서로 밀착되어 괄호로 묶여 있는 식의 구성이라 볼 수 있다.
성모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 움직임으로서 비통에 잠긴 얼굴의 실제감을 강조할 뿐 아니라 어느 성상 가운 데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막달라 마리아의 뒤틀린 포즈는 전체 구도 가운데 가장 긴장감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로지에르는 고딕 전통을 이어받은 고전주의적 화가였다. 그의 회화 양식은 현실의 정확한 관찰에 입각하여 실생활에 뿌리박은 세밀한 묘사와 빛의 직접적인 체험을 재현한 것을 신선한 색채를 감미하여 광휘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물감(유채물감)의 투명성을 존중하면서 정성스럽게 빛을 반영하고 질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로지에르는 무엇보다도 인간에 주의를 집중한다. 그것은 자연의 연장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다른 존재로부터 분리된 유일한 하나님의 창조물로써의 인간이다. 인간의 정신을 나타내는 특성 탐구, 즉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뜻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그의 작품 속에 얽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