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모세가 돌이켜 산에서 내려오는데 두 증거판이 그의 손에 있고, 그 판의 양면 이쪽저쪽에 글자가 있으니, 그 판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요 글자는 하나님이 쓰셔서 판에 새긴 것이더라. 여호수와가 백성들의 요란한 소리를 듣고 모세에게 말하되 진중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나이다. 모세가 이르되 이는 승전가도 아니요, 패하여 부르짖는 소리도 이나라 내가 듣기에는 노래하는 소리로다 하고 진에 가까이 이르러 그 송아지와 그 춤추는 것들을 보고 크게 노하여 손에서 그 판들을 산 아래로 던져 깨뜨리니라.’(출 32;15-19)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나 홍해를 건너고 시내 산에 이르러 하나님께서는 돌판에 새긴 십계명을 모세에게 주신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려고 시내 산에 올라간 사이 이스라엘 백성들은 타락하기 시작하여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섬기기 시작한다. 그 광경에 진노하여 모세가 하나님이 주신 돌판을 깨뜨린다. 그리고 레위 자손을 통하여 타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엄벌에 처한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십계명을 깨뜨린 모세>는 성경의 출애굽기 시리즈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전체 화면을 짙은 청록의 색조로 뒤덮고 있어서, 마치 문화가 쇠퇴하고 도덕성이 문란한 어지러운 암흑기(暗黑期)를 방불케 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을 섬기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분위기로 느껴진다.
화면 중심에 우뚝 선 모세는 양팔을 들어서 하나님이 쓰신 십계명 돌판을 던져서 깨 뜨린 모습이 극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참으로 진노한 모세이다.
모세를 둘러싸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의 고향 마을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그들의 표정은 놀라면서도 긴장되어 보인다. 신혼부부의 포옹, 애절한 모자, 아우성치는 사람들, 한편 여기에는 금송아지 대신 황색말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위쪽 모서리에서는 하나님이 약속된 땅으로 백성들을 이끄는 모세에게 십계명을 전하는 모 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