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르트 반 아이크 & 얀 반 아이크
후베르트 반 아이크 & 얀 반 아이크
기독교 미술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인데, 그중 그리스도에 관한 표현을 다시 두 가지로 대별하면, 그 하나는 ‘수난의 그리스도’이고 다른 하나는 ‘영광의 그리스도’이다.
이 <주악의 천사들>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을 돌리는 경건한 작품으로서 설명의 여지가 없이 영광의 주를 표현한 것이다. 이 그림 역시 반 다이크 형제의 작품으로 <겐트의 제단화>의 내측 화면에 그려진 그림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제단화 내측 상단 중앙에 자비롭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보좌에 앉은 것을 중심으로 양옆에 성모와 요한이 앉아 있다. 그리고 또 양 옆에 <합창하는 천사들>과 <주악의 천사들>이 서로 호응하여 천사들의 합주와 코러스가 울려 퍼지는 듯한 승화된 분위기를 계산한 배열을 보이고 있고, 또한 이와는 대조적으로 양 끝 모서리에는 원죄로 인한 아담과 하와가 비통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희비가 얽힌듯한 느낌의 장면이다.
그리고 그 아래 중앙에 <신비한 어린양>을 경배한 그림과 <신비한 어린양>을 경배하러 오는 장면 그림이 양옆에 각각 두 폭씩 그려져 있다. 이로서 제단화 내측은 2단 12폭의 패널 그림으로 형성되었고 외측의 상하 4면에 연 이은 8장의 패널 그림을 합하여 전체 제단화는 20폭의 패널로 형성되고 있다. 그 전체의 내용도 하나님의 영광의 세계, 즉 영원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선명한 색채를 곁들여 표현하고 있다. 제작연도는 1425년에서 1432년 사이의 7년의 각고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
이 제단화의 틀에 기입된 명문(銘文)에서 이 그림이 처음 형인 후베르트(Hubert)에 의해 시작되었던 것을 그 해에 아우 얀(Jan)이 완성하였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다시 <주악의 천사들>을 바라보면 섬세한 필치로 차분하게 다듬어진 부드럽고 투명한 빛으로 덮인듯한 천사의 모습을 보게 된다.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천사, 그 곁에서 비올을 켜는 천사, 그리고 수금(Harp)을 타는 천사와 이에 맞추어 노래하는 천사들— 무한한 화음이 천년 성을 메아리치듯 하며 영광의 천국을 실감케 하고 있다. 또한 이상적인 천사들의 모습을 볼 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하고 엄숙한 무엇인가 수수께끼가 숨어있는 듯하다. 바로 이것은 작가의 정신적인 영역을 넘어선 형이상학적인 신비로운 힘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