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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Oct 22. 2022

유다의 입맞춤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예수를 파는 자가 이미 그들과 군호를 짜 이르되 내가 입 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아 단단히 끌어가라 하였는지라. 이에 와서 곧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하고 입을 맞추니, 그들이 예수께 손을 대어 잡거늘  (막 14;44-46)


 <유다의 입맞춤>은 지옷토가 1324-26년 이탈리아 파도바 산타 마리아 델 아레나 교회의 프레스코 벽화로서 <그리스도의 생애> 연작에 속한다. <유다의 입맞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배반 사건 가운데 하나를 표현한 작품이며, 극적인 대비가 연출된 작품이다.



이 그림의 중심에 예수와 유다는 다른 주변 인물과 사물을 화면 중심으로 급박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더욱 화면을 집중시키는 것은 명시도가 가장 높은 노란색 넓은 망토를 입고 있는 유다가 예수를 휩싸 안고 입 맞추려는 모습이다. 그 순간 예수께서 엄숙한 표정으로 유다를 바라본다. 그림 속 분위기는 선과 악, 배신과 고뇌 서린 인간세상의 대결장에 걸맞게 우울하지만, 각 사람의 행동은 분명하고 적극적이다.


예수의 눈빛은 날카롭고, 진실을 꿰뚫는 듯하다. 상대방 유다의 눈은 예수를 쳐다보려고 하고 있지만 일그러진 표정이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죄의 속성은 숨길 수가 없다. 이 순간 정적이 흐르는 현장, 그 배후는 살기와 증오가 가득하고, 횃불에 비친 주위 무리의 눈길은 살기가 넘치는 눈빛이다. 치솟아 있는 몽둥이는 무리의 소요를 더 어지러우면서 극적인 장면으로 긴장시킨다.


이 작품은 한 시대의 교차점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중세를 마감하는 시점이나 소재는 그리스도교적이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중 가장 결정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원근법과 살아있는 표정, 또한 형태의 입체감 등에서 르네상스적인 요소를 감미하고 있으며, 르네상스의 만개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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