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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Nov 25. 2022

성전의 정화

엘 그레코 (El greco)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사람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마태복은 21:12-13).



엘 그레코(El Greco)의 <성전의 정화>는 신약 성경 마태복음 21장 12-13절의 말씀을 바탕으로 영혼의 구제 장소인 신성한 성전 내에서 상행위를 하며 성전을 더럽히고 있는 사람들을 추방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극적이고도 종교적인 높은 차원에서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엘 그레코의 화면 구성의 특징은 어느 한 초점을 정해놓고 그것을 둘러싸는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그림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둘러선 인물들의 격심한 동태와 극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색채와 명암의 강한 대조 등으로 신비주의적 또는 영적인 내면세계를 표출하고 있는데 장엄한 성전 내부 공간은 베네치아 화파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성전의 정화’라는 주제는 세속적이며 이교도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교의의 순수성을 강조했던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16세기 이후 가톨릭이 주축이었던 스페인 왕권은 종교개혁을 반대하였다. 종교개혁을 마치 성전을 더럽히는 것으로 여겼던 시대 사상을 반영한 작품이  엘 그레코의 '성전의 정화'이다.


엘 그레코는 1541년 당시 베네치아의 통치(1204~1669)를 받던 크레타섬의 칸데아시 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메니코 테오토코풀로스(Dominico Theotocopoulos)이며 그의 회화 수업은 1567년 이탈리아에 유학하여 중세 비잔틴 미술과 베네치아 화파의 타치아노(Tiziano)에게 사사 받았다. 또한 미켈란젤로의 영향도 받았다.  


1570년 엘 그레코는 로마로 진출하여 2년 후에 스스로의 아트리에를 가진 직업 화가가 되었다. 그가 1586년 스페인으로 건너간 사연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 필립 2세의 초청으로 <그리스도의 예찬>을 제작하기 위함인 듯하다. 그러나 왕의 마음에 들지 않아 왕조 화가로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였다는 기록이 지배적이다.


그 후 엘 그레코는 1577년 톨레도에 이주하여 본격적인 종교화를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그는 이 톨레도 시대를 기점으로 종교 화가로서 스페인에 명성을 쌓았다. 엘 그레코 예술의 특색은 르네상스 시대의 현실 공간과 정상적인 인체 비례를 탈피하여 중세의 비잔틴 미술가들처럼 임의의 구도와 의도적으로 인체를 장신화하고 대담하게 조화시킨 자유분방한 표현에 있다. 그리고 색채도 정신적인 것보다 직접 감정에 호소하는 색조를 추구하고 있으며, 소재에 있어서도 인본적이고 세속적인 것보다는 신학적 또는 초자연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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