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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윤 Dec 03. 2022

오순절

엘 그레코

엘 그레코(El Greco, 1549~1614)의 원숙기에 제작된 작품으로서 성경의 사도행전 1장과 2장의 내용 가운데 기독교 교의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 오순절 성령이 강림하심을 다룬 그림이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40일간을 지상에 머물으시면서 제자들에게 살아난 확실한 증거를 보이시고 승천하실 때 하나님 나라의 일을 예언하셨다.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바가 아니요,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유대와 사마리아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 7-8)"


승천하신 주님은  약속하신 대로 오순절 날에 제자들에게 성령을 내리셨다.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법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행 2: 2-3)"

 

이 사건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든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신약교회의 시발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화면을 바라보면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사도들이 둘러 쌓여 모인 곳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빛을 발산하며 홀연히 하늘로부터 날아들고 있고 방안은 화기에 가득 차며,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각 사람의 머리 위에 임하여 성령이 충만함을 성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비둘기로부터 실내로 발산되는 미묘한 빛은 신비하여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꿈과 명상의 비전을 낳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빛은 시감(詩感)을 불러일으키는 달빛에 비길 수 있고, 사람의 얼굴과 옷에 닿는 빛과 그곳에서 발산하는 미묘한 관계 즉 밝고 어두운 빛의 폭은 신성한 신비적인 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확실히 엘 그레코는 색감 처리에 있어서 천재적이다. 중세 비잔틴 문화의 유산인 어둡고 우울한 갈색과 경직된 은색 녹색을 독창적인 진노랑과 군청색으로 발전시켜 종교화의 품위를 드높이고 있다. 여기서도 엘 그레코는 등장한 사람들을 해부학적 바탕 위에 기다랗게 그리고 있다.  인체의 동태는 단순한 감각적인 놀라움이 아닌 순수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동시에 혼 연일체가 되어 술에 취한 듯 사랑의 열기 속에 승화되고 생명감이 넘쳐흐른다.  엘 그레코는 인간의 내면적 감정과 성격을 표출하는 가장 좋은 매체로서 손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자유자재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살아있는 그림을 그렸다 할 수 있다. 사실 손은 얼굴이나 신체의 어느 부분보다 그리기가 까다롭고 어렵다.

특히 엘 그레코가 그린 손 처리는 ‘두뇌와 직접 연결된 듯하며, 손이라기보다 신경을 노출시켜 놓은 것 같다.’  엘 그레코의 뛰어난 창작력에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엘 그레코는 르네상스 시대의 광범위한 지식과 개인적인 깊은 종교적 감정을 투과한 그림을 통해 우리들에게 신앙의 깊은 내적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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