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24. 당위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내가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제부터 무얼 하려는지, 새삼스레 그런 생각을 시작하면 몸 안의 판단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해야 할 것에 몰입한 뒤 잠깐의 틈이 나면 순간이 아득해질 때가 있다. 조각배에 올라타 있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나 자신과 두 개의 노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망망대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라는 단순한 질문이 떠오른다. 답이 될 수 있을까. 매 순간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떠올린다. 가야 하는 곳이 여기가 맞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법. 육지를 찾아가는 중일 수도 육지를 떠나 바다를 찾아가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 방향이 옳은지,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도 내릴 수 없다. 헌데 어떻게든 나아간다는, 진행한다는 이동이 동반된다. 내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뒤든 옆이든 앞이든 움직인다는 것은 중요하다.

며칠 전엔 아무런 이유 없이 ‘당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하는 것'. 사전을 찾아보고 뜻을 새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너무 깊은 의미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외로 인생은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이 많으면 그 인생이 고달프다고. 아마 내가 가진 판단축은 영원히 흔들릴 것이다.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직감을 가지고 나아갈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문장+생각] 23. 경험의 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