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한낱 보잘것없는 먼지와도 같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 삶이 언제 끝나더라도 슬프거나 아쉽지 않게.
에세이 『새벽과 음악』, 이제니
조부가 영면에 들어가던 날 본인의 아버지를 보내는 내 아비를 보며, 인간 삶의 끝 점을 희미하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곱게 빻아진 유골을 그러모아 담은 종이포를 받아 들고는 그 가벼운 무게에 놀랬고, 아직 남아 있는 뜨거운 온기로 존재의 방점을 체감했다. 조부는 장례식에 퍼진 불경에 따라 사바세계를 떠나 극락왕생 길을 떠났을 것이다. 그 마지막 가는 길, 내 아비는 3일 동안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며 자식의 도리를 다하였다. 손님맞이를 끝내고 조용해진 새벽 시간, 아버지 품에 안기듯 그는 조부 영정 아래 잠깐 눈을 붙였다. 내 아비가 떠나보낸 조부의 유골을 볕이 잘 드는 나무 아래에 손주인 내가 인도했다. 마지막 절을 하고서는 비로소 흙으로 돌아간다는 실감을 하였다.
삶이 끝난다는 말은 자주 천상병 시인의 시구를 연상케 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귀천>, 천상병
하늘로 돌아가는 날, 세상의 여정을 소풍으로 비유한 시인. 존재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우주 속 한낱 미물에 불과함을 망각한다. 티끌이나 먼지와 같음을. 하여 일희일비하지 않고 살아갈 것을 기억한다. 언제든 이 세상에서 하직할 수 있다는 마음을 새기면서. 그저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