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31. ‘아웃’의 순간을 어떻게 겪었느냐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우리가 살면서 기억하게 되는 특별한 사연은 대부분 '축적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워지는' 이야기다. 상실하는 이야기. 실패하는 이야기. 헤어지는 이야기. 놓치고, 버리고, 버려지는 이야기. 야구처럼, 일상의 삶은 하나씩 제거되어 가는 이야기다. 타자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과정에서 야구게임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듯이, 우리 인생의 드라마도 '아웃'의 순간들을 어떻게 겪었느냐라는 관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인문 철학 『은둔기계』, 김홍중


야구의 긴장, 긴박함은 얼마 남지 않은 기회에서 기인한다. 9회 말 2 아웃이란 곧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았음을, 이 타자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끝내기를 바라는 이들과 어떻게든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들의 희망이 대립하고, 실낱 같은 희망은 보는 이의 마음을 긴장되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을 보기 위해 관중은 자리에 쉽게 앉지 못한다. 마지막 희생자가 될 수도 있고, 상황을 역전시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경기를 매조지을 수 있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야구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경기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은 존재를 연명하기 위한 지루함과 반복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극적임은 더 끌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집단에서의 이탈, 생각과 사유의 망실, 관계에서의 이별, 존재의 죽음 등 삶에서 겪는 아웃의 순간은 겪는 이에게 의미를 아로새긴다. 깊게 새겨진 아웃들은 어떤 결과지를 받았는지 삶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자의이거나 타의이거나, 받아들이는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가 공존한다. 내 탓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도피하지는 않았는가. 어물쩡거리며 넘어가지 않았는가. 덮어두었어도 흔적은 남기 마련. 당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흘려낼 수 있다. 허나 나중에 다시 들추었을 때의 파장을 나는 감당하지 못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 순간들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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