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33. 서사의 힘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숨겨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서사는 아름답다. 철저하게 세속적이고, 철저하게 고독하며, 철저하게 방대한 훌륭한 서사는 하나하나의 서사가 무의미함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창작이란 없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발견해 내는 것. 같은 시간과 공간을 향유하더라도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방식,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보고자 하는 이는 보고, 찾고자 하는 이는 찾는다. 찾아나가면 되는데,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니 도통 삐걱대는 게 아니다. 도처에 있는 아름다움을 나 역시 쉬이 보지 못하니, 의지와 다르게 마음만 애닳는다.


소설가 김훈은 여성의 묘사와 여러 표현에 대한 일각의 반응을 듣고서는 ”소설은 소설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서사라는, 이야기라는 프레임에서 봐야 함에도,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로 세상은 번잡하다. 문학예술 특유의 ‘무용함’에 대해서 말하자면 방대한 서사나, 이야기를 접하고서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라는 잣대를 들이밀면 별다른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쓸모와 소용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문학은 점점 뒤로 밀려나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면 아름다움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나는 아름다움의 집약이 문학을 포함한 예술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니.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서사의 힘을 믿는다.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삶 속에서 서사를 찾아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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