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펜을 쥐고 있을 때 우리는 강하다. 글을 쓸 수 있는 한, 우리가 겪는 모든 것들은 의미로 전환될 수 있다. 무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의미가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은둔기계』, 김홍중
가볍던 무겁던 우리가 겪는 모든 것들은 다 의미를 가진다. 각자의 경험은 저마다의 필터를 통해 데이터로 저장되는데, 다른 이와 나누는 대화가 흥미로운 것은 이 경험치와 중점을 두는 곳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성향과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셀 수 없을 정도의 방향이 나뉠 것인데,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건 그래도 얼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타자와 나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데 대화만 한 것이 없다고 여긴다. 구술하는 대화를 서술하면 문장이 되고 글이 된다.
에세이나 산문을 읽을 때 나는 적잖게 감정에 빠지는데, 소설보다 글쓴이와 더 가까이 붙어 있는 느낌까지 들곤 한다. 소설이 구술하는 자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방식을 선사한다면 에세이나 산문은 바로 옆 자리에서 사적인 경험을 같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직접 느낀 것을 소상하게 전달하는데 신기하게 그 전달엔 감정까지 딸려온다. 소설은 내밀하게 전달하기에 행간의 숨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에세이와 산문은 말하는 데 있어 직접적이고 거리낌이 없다. 글쓴이와 읽는이 사이 거리감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방식에 대한 저마다 장점이 있다. 겪어보지 못한 체험과 감정선을 만나면 나는 세차게 흔들린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건 역시 글이 아닐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