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슬픔은 죽지 않고 접시 위에서 죽은 닭이 날아오르듯 불쑥불쑥 일상을 깨운다. 그리고 다시 죽어서 접시에 담긴다. 일상이라는 무덤에 말이다.
<양치기들의 협동조합>, 신용목
김은 슬픔이라는 단어를 좀처럼 체감하지 못했다. 최근 슬펐던 적이 있었는지 자문하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질문에 회한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늘상 말한다. 그 한탄은 밖으로 가닿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돌아 쓰린데, 쓰린 속을 달래려 쓴 소주를 연거푸 들이킨다. 좋지 않은 일은 언제나 그렇듯 몰아서 다가온다. 소멸되지 못하는 회한이 종래에 자기를 미워함에 이르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 스스로 슬픔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를 살아가다 문득 슬픔이라는 얼굴이 스쳐 지나갈 때. 한두 번이 아니라 평소보다 자주 지나가는 날을 마주하면, 그 면면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김의 말에 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자가 있었다. 슬픔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는 자가 있었다. 쉽게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아 다행이라고 하는 자도 있었다.
김의 슬픔을 당신은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의 슬픔을 김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저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으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상실喪失의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