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생각] 40.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첫 봄

신춘문예에 대해

by 분더카머


오늘의 문장


창조가 아니라 위로. 도덕도 유희도 아닌 견딤. 우리 시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독자는 자기 자신이다.

『은둔기계』, 김홍중


해는 매일 뜨지만, 새 달력을 꺼내는 1월이 되면 들뜬다. 여러 문학 부분에서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춘문예 기사를 보고서야 비로소 신년이 왔음을 깨닫는다. 시, 소설, 동화, 평론 등을 망라한 신선한 시선이 곳곳에서 싹을 틔운다.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첫 봄 그야말로 신춘新春이다.


작년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100주년이 되었으니, 신춘문예의 역사는 장구하다. 이 새로운 지면을 통해 김동리, 김유정, 김승옥, 이문열 등 당대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문학의 첫 길을 걸어 나갔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매년 기천명의 지망생들이 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문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새해벽두에만 나가는 글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신춘문예 글은 어둡고 음울한 서사는 될수록 피하고 대체로 밝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주가 된다. 서사에 깊이 파고드는 것을 작품성이라고 한다면, 두루 읽힐 수 있는 대중성에 무게를 더 실어주는 경향도 있다. 문학 출판사 신인상 공모는 그에 반해 조금 더 작품성에 치중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소설에 한정되어 있지만 당선작을 모두 출력해서 읽어보는 것은 나만의 연초 행사인데, 이제 막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의 작품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탄탄한 구성과 핍진한 현실을 그려내고 다양한 주제를 빌어와 삶을 이야기하는 힘에 감탄한다. 젊은 시선으로 보는 우리 사회 모습은 적절한 시의성과 비유를 내포하고 있어 공감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숨 쉬고 살아가기에도 각박한 세상,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호흡을 고르고 책상에 앉아 고심하며 문장을 지웠다 다시 써 내려갔을, 자기와의 싸움에 여념이 없었을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 과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아 한 자 한 자를 꼼꼼하게 읽어나간다.


당선작과 함께 심사위원들의 평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올해 유독 눈에 띄는 경향과, 근 몇 년 간 꾸준히 다루어지는 주제들이 있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은다. 많은 이들이 일련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도 회자되고 이야기되어야 함은 아닐까.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바라보고 포착하는 감각의 특수성이 신춘문예에서 특히나 돋보인다.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과 결을 같이 하는데, 가장 근래에 본 거울 속 모습이라는데 그 의의도 있겠다. 투고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앞으로 문학이 헤쳐나가야 할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문학에서 효용성이라는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문학도 여타 예술과 마찬가지로 정답이 없지만 먼저 길을 가는 선배의 입장으로 서사를 밀어나감에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최종심에 오르면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열쇠를 쥐어주기도 하면서.


투고하는 이나 심사하는 이, 생각을 옮겨서 적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작가라 생각한다. 서사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 글을 쓴다. 문예는 문학으로 하는 예술이고 여타 다른 예술과 다를 것 없이 많은 메시지들을 던지고 주워 담는다. 그럼으로써 소통하고 또 앞으로 나아간다. 문장으로 위로하고 쓰면서 견딘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가장 먼저 독자가 된다. 무수한 과정들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라는 것으로 변해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 많은 예술인들을 생각한다. 그들 덕분에 삶이 더 윤택하고 넓어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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