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인생은 어긋남과 불시착의 연속이고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 깨끗한 절망에서 오는 개운한 성찰이 오히려 그럴듯한 이해에 갇힐 뻔한 우리를 구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카프카씨?>
하루키 소설 <태엽 감는 새>를 자주 꺼낸다. 어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화자 오카다의 평화로운 삶 가운데서 고양이가 집을 나가고,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이상한 사건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싼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일에 대처해 나가다 군인이었던 혼다에게서 젊은 시절 전쟁이야기를 듣게 된다. 몽골에서 사지에 몰렸을 때 우물 밑바닥에 숨어 목숨을 구했던 그때 일을 회상하며 "위로 가야 할 때는 위로 가고, 아래로 가야 할 때는 아래로 가야지. 흐름을 거역하지 말고, 흐름을 거역하면 말라버려. 모든 게 말라버리면 이 세상은 암흑이지"라며 오카다에게 조언한다. 원인을 알지 못하지만 오카다 역시 정원의 우물을 찾아 우물 바닥에서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 역시 지금이 어떤 흐름인지 확연하게 알고 있음을 말하지는 못한다.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곳이 바닥이었음을, 빠져나와보니 그간 긴 터널을 지나왔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사 흐름을 아는 혜안을 가졌다고 해도 바닥이라 느꼈다면, 빠져나가기 위해 억지스러운 몸부림을, 마음에도 없는 거짓을 행하지 않기로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함을 받아들이고서. 오히려 이 바닥에서 더 질척하게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더 오래도록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회피하지 않고서 온전히 통과해야 함을 생각한다. 어떻게든 지내다 보면 다음 스텝이 보일 것이다,라는 희망을 직시하려고. 일련의 과정에서 그간 가지지 못했던 굳은 심지를 키우고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 게 아닐까. 우리에게 구원은 그런 모습으로 오는 게 아닐까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