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파도를 타기 시작한 스타트업
공식적인 앱 출시에 탄력을 받고 난 뒤, 본격적인 마케팅에 너나 할거없이 모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대학생, 직장인 위주의 토익시험 응시자 대상의 모수를 확보하고 서비스의 출시를 알리면서 메인이 되는 앱 사용을 유도했다. 연령대, 직업군 등으로 나누어 유튜브에 6초 범퍼 광고와, 여러 커뮤니티에 배너를 내보냈다. 일단 클릭하여야 하기에 ‘토익 한 번에 끝내는 법’의 넓은 범위의 메시지부터 ‘750점에서 850점으로 점수 수직 상승' 같은 직설적이고 과감한 메시지까지 여러 버전으로 베리에이션 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6초 범퍼 광고에는 ‘에어팟',’아이패드'의 리워드 이벤트 진행을 함축적으로 포함시켰다. 어떻게든 우리 서비스를 알려야 하니 처음이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었음은 물론이다.
범퍼 광고와 A/B 소재로 나눈 배너 컨텐츠들은 광고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트래킹을 확인했다. 몇 명이 클릭하였는지, 그 중 몇 명이 앱을 설치했는지, 실제로 모의 토익 테스트까지 보는지, 서비스 패키지를 구매하는지. 어떤 단계에서 고객이 이탈하고, 어떤 소재에 반응이 좋은지 숫자로 확인하고 효율을 따지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함께 운영하며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대체로 일주일 이상 나간 소재들은 보는 이의 피로도 때문인지 효율이 좋지 않았고, 그때마다 새로운 소재와 문구로 교체했다. 그럼 또 신기하게 컨텐츠의 효율은 높아졌다.
이제는 모셔오기까지 한다는 ‘개발자' 업무를 하는 이들도 이때 처음 보게 되었다. 모니터에 알 수 없는 화면을 띄어놓고, 헤드셋을 끼고, 미친 듯 입력어를 타이핑하는 그들의 업무 방식은 신기했다. 모니터 속에서, 머릿속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자유롭기도 하고 해방되어 보이기도 했다. 후드티에 슬리퍼를 신고 며칠은 감지 않아 보이는 머리를 긁적이는 그들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로 보였다. 그들 역시도 기술의 진화를 목표로 브랜드의 성공을 바라는 우리 배의 중요한 승조원이었고, 브랜드의 핵심인력이었다. 유저가 테스트 문제를 풀면 맞춘 유형과 틀린 유형을 선별하고, 어느 부분이 취약한 지 결과로 알려주도록 프로그램을 세팅했다. 유저에게 취약한 유형의 문제를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 제시하여 풀게 하고 딥러닝을 하도록 했다. ‘약점을 보완하고 집중학습하여 점수를 빠르고 쉽게 올린다’ 는 것은 브랜드 서비스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그 모든 과정들의 저변에 그들이 일일이 개입하여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유저들이 문제를 풀 때마다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쌓였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취향 유형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지고 사용자의 점수 상승률도 덩달아 올라감으로써 인공지능 딥러닝 시스템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회사는 초창기에 비해 비대하게 커졌고 2주에 한번 꼴로, 새로운 직원들이 책상 곳곳을 차지했다. 여러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리즈 C 투자, 해외 교육 시장까지 진출하는 과정에서 되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순풍을 탄 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대기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가 한 해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은 몇 십억 대를 쉽게 넘어간다. 제품과 서비스 이용을 위해 고객들이 있는 곳 어디서든 눈에 띄는 마케팅을 펼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앱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브랜드의 광고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직방, 오늘의 집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유튜브엔 모바일게임 광고가 판을 친다. 이름 몇 번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에서도, 빅모델을 섭외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다. 그 자체가 그들이 광고의 필요성을, 광고의 효과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반증이고 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 역시 이름있는 클라이언트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것은 대기업 못지않게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파이가 커질수록, 파이의 한 부분인 마케팅 비용도 비례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담당하고 있는 토익 교육 브랜드 역시 상승곡선을 제대로 탔고, ‘물 들어온 김에 노 젖는다'고 대표는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