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판젠동(중국)
1997년생
세계 랭킹 2위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단체전 금메달
21년 도쿄 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금메달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21년 도쿄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이전 이야기
레슨을 시작한 지 2주 차. 말만 2주차이지 지난주 레슨 한 번이 지금까지 내 구력의 전부다.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탁구장에 가지만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회원분들은 아무도 나와 쳐줄 생각을 않는다. 멀뚱하게 앉아 구경을 하고 라켓을 꺼내 그립을 잡아 보고, 연락 오지 않는 폰을 괜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언제쯤 저 테이블에 가서 나도 공을 한번 쳐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매일매일 탁구장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니 몇몇 안면이 생기는 회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대화를 한건 우즈벡 출신의 젊은 친구.
“탁구 얼마나 쳤어요?” 한국말이 어쩜 이리 유창한지.
“지난주부터 레슨 등록하고 이번이 처음입니다.”
“에이~고수 아니에요?”라고 묻는다. 그의 농담조가 내 긴장을 가볍게 풀어준다. 하수라고 해놓고 고수인 분들을 많이 봤단다. ‘저는 진짜 왕초보입니다만…’ 가볍게 랠리를 하시는 분들도 처음 내 모습을 보고 되게 실력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공을 한번 나누어 보면 내 미천한 실력은 어김없이 바로 드러난다.
“여기 잘 치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 많이 와요. 저도 다른 탁구장 다니다가 여기로 왔어요. 여기 탁구장 좋아요. 잘 왔어요.” 탁구장 홍보를 줄줄 늘어논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우리 구장에서도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로, 구장 내 대회에서 입상을 할 정도의 고수이다. 작고 땅땅한 몸에서 나오는 힘과 회전은 수준급이고, 빠른발로 앞뒤좌우 부단하게도 움직인다. 포기하지 않고 상대의 공을 끝까지 쫓아가 받아내는 그의 플레이는 보기만 해도 즐겁다. 항상 웃으면서 탁구를 치는 스마일 보이다. 어릴때 탁구를 배웠다가 한참 라켓을 놓은 뒤 요즘 다시 친지는 6개월이 채 안되었단다. 그가 귀찮아 할 정도로 탁구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봐야겠다 생각한다.
한 50대 여성 회원분은 멍하니 앉아 있는 내게 “자기야 이리 와봐” 하고 점수판 옆으로 불렀다. “이제 곧 사람들 많이 올 시간인데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한 번도 못 쳐. 점수판이라도 넘겨주거나 사람들 붙잡고 랠리라도 쳐달라고 말해야 해” 하고 연신 점수판을 넘기면서 내게 속사포 같은 꿀팁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엔 한정된 테이블에서 연습만 하기가 눈치가 보인다. 그래도 꾸역꾸역 사람들을 붙잡고 포핸드 랠리를 이어가다, 점수판에 누가 앉으면 내가 점수를 볼 테니 게임을 하시라고 하는 편이다. 그 뒤로 그분과 나의 인사는 “오늘 많이 쳤어요?”로 정해졌다. 나에게 탁구장 생존 법칙을 알려준 고마운 분이다.
어느새 주 5일 탁구장을 나가게 되면서 일종의 연습 루틴을 만들기로 한다. 가자마자 몸을 푼 뒤 로봇 탁구대로 향해 기계를 세팅한 후 포핸드를 배운 대로 150개 3세트, 백핸드 역시 150개 3세트를 친다. 빠르게 치려 하지 않고, 배운 대로 자세를 의식하고, 공을 끝까지 보면서 정타에 맞는지 체크하면서 스윙을 가져가려 한다. 제대로 맞으면 소리부터 다르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라켓에서부터 울려 퍼진다. 그러면서 찌릿한 손맛이 가끔 오기도 한다. ‘아 이 맛인가’ 오늘 쌓인 묵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달아난다.